자작 수필, 단상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조은미시인 2022. 11. 4. 20:48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조 은 미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학교 때 친구처럼 무람하지는 않지만 문단에서 만나 각별히 가까이 지내는 모임이 있다. 장르는 달라도 글을 쓴다는 공통점은 서로를 든든하게 묶는 끈이 된다. 문화 코드도 비슷해서 영화나 연극을 같이 보고 토론도 나누고 여행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배울 점이 많기에 만날수록 끈끈한 정이 생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유익이 되는 모임이다. 세월의 무게가 얹히며 만날수록 점점 더 소중하게 생각이든다. 늘상 자주 어울리다보니 지금은 일상에서 제일 자주 만나는 벗으로 지낸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는 것 만큼 따뜻하고 행복한 관계가 있을까!

양평의 동야루 팬션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개군면에 위치한 한적한 팬션이다. 앞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광이 운치가 있었다. 오래된 팬션이지만 그런대로 건물 내부가 깨끗했다.일반인은 받지않고 구분 소유자들만 받기에 평일 투숙객이 단지 우리 밖에 없었다. 오래 쓰지 않던 객실이라 불귀가 느린지 아침부터 불을 넣었다는데도 방바닥이 냉기가 가시지 않아 썰렁했다. 관리소장과 통화를 하니 난방 상황을 보러 올라왔다. 친절하고 유머가 넘치는 인상이 좋은 분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룻밤에 사만 구천원의 숙박비로는 난방비도 안나올 지경의 딱한 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방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처음의 불평스러웠던 마음도 누그러진다. 즉석에서 돌아가며 시 낭송과 하모니카 연주를 하며 가을 저녁의 정취에 젖는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소통의 길이 열리니 서로를 향한 배려로 푸근해진다.
밤새 방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Lpg로 난방을 한다는데 정말 미안할 정도로 따뜻한 방에서 푹 쉬고 왔다. 돈이 좋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우리는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따뜻했던 분께 참으로 고마운 마음 전한다. 덕분에 또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돌아온다. 아침 핫살이 퍼지는 강물 위에 물오리 기족들이 한데 모여 자맥질 하는 모습이 정겹다. 잔잔한 강물에
윤슬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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