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
조 은 미
오후 2시에 수필반 수업이 시작된다. 오전에 오랜만에 시낭송 대면 수업을 마치고 오는 터라 부지런히 서둘러 가는 길이다. 다행히 아직 10 분 전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강의실 문을 연다.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평소와 달리 교수님도 벌써 자리에 앉아 계시고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분위기다. 반갑게 인사하며 너스레를 떨려다 민망하여 얼른 자리에 앉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10 분이나 지나 있었다. 무려 20분이나 차이가 나는 시계를 고장난 줄도 모르고 차고 다녔으니. 얼마 전에 디자인이 예뻐 새로 산 시계라 고장났으리라고는 요만큼도 생각 하지 않았다. 실상 늘 핸드폰을 들고 다니기에 딱히 시계 볼 일도 거의 없기는 했다. 시계를 믿고 지각한 줄도 모르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 왔으니 얼마나 뻔뻔하게 보였을까?
삶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가르쳐주는 기준이 되는 표준 시계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그 잣대를 성경에서 찾는다. 내 부족과 오류를 말씀의 다림줄로 저울질하며 평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성경은 잘못된 길을 가다가도 다시 돌이킬 수 있는 네비게이션이 된다.
우리는 나름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 기준대로 살아간다.
그 기준 설정이 상대방과 다를 때 서로 부딪히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별히 이념에 관계된 문제에 있어서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치의 양보가 없다. 작금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극도의 혼란은 한 쪽으로 편중된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좁은 땅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동서로 분열되어 서로 적대시 할정도로 골이 깊어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맞고 상대는 틀리다는 흑백 논리와 끼리끼리의 진영 논리는 점점 더 견고한 벽으로 자리 잡는다. 틈만 나면 상대를 무너 뜨리려 으르렁 거린다.
내 시계가 고장 났다는 것을 알려줄 표준 시계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 불치의 병을 치료해서 하나로 화합할수 있는 능력 있고 강력한 리더쉽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시계의 가치는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는 데 있다. 새로 산 예쁜 시계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나앉은 고물 시계를 다시 찾는다. 몇십 년을 차면서 한 번도 시간이 틀려본 적이 없다. 오래 되어 낡았어도 아직 멀쩡하게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때로 눈에 보이는 겉모습에 현혹되어 내면의 진면목을 간과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 현재 나의 시각을 비교해 보고 오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정확한 표준 시계를 하나씩 가슴에 지니고 살자. 고장난 줄도 모르고 차고 다니는 시계는 없는지 삼가 나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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