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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소중한가?

무엇이 소중한가? 조 은 미 장마가 시작됐나 보다. 무더위 끝에 빗소리가 반갑다. 더위에 헉헉거리던 잎새들이 생기가 돈다. 그동안 너무 무리했는지 자꾸 잠이 쏟이진다.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모처럼 달콤한 게으름 속에 뒹군다. 어느새 9시가 겨웠다. 문득 깜박 잊고 있던 약속이 떠올랐다. 10 시에 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군수님을 모시고 진행하는 깨끗한 하천 만들기 캠페인 행사가 있는날이다.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나 서둘러 나선다. 주민 자치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될 수 있는 한 크고 작은 공식 행사에 참여하려 노력한다. 고향을 위한 봉사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비가 오는 대도 많은 분들이 모였다. 환경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천은 지역민들의..

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조 은 미 우리나라 말에 '미치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다른 뜻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본성을 잃게되는 것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깊이 젖어드는 상태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젊었을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지 매사 딱히 좋을 것도 , 나쁠 것도 없는 회색 지대에서 엉거주춤한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가 들수록 희로애락의 감정이 무뎌져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주변의 것들에 무반응으로 점차 감정 곡선이 수평을 이루게 되면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고 단지 시간을 축내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다.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무엇인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조 은 미 기다림이 있는 삶은 달콤한 긴장감과 기대로 설렌다. 자라섬에서 서울교대 전체 동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가슴 뛰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만나면 푸근하고 편안한 자리가 좋아 이 모임을기다리게 된다.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같은 직업에 종사한 공통점은 진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잘 나가는 친구들 만나 주눅들고 부러워 동창회 다녀온 뒤끝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다른 대학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그 자리에서 미소 한 번이면 마음이 열리고 소통의 다리가 놓인다.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뜨락에 내려 선다. 햇살 머금은 보리수가 봉긋 부풀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유두처럼 싱그럽다. 조롱 조롱 가지가 휘도록 흐드러진 보리..

깨를 볶으며

깨를 볶으며 조 은 미 이유 없이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내게는 깨를 볶는 일이 그렇다. 꽤 오래 전에 지인이 집에서 수확한 참깨를 보내왔다. 귀한 선물을 냉동고에 보관하며 늘 숙제처럼 깨를 볶아야지 벼르기만 하다 깨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볶아놓은 참깨를 사오기 일수였다. 양념통에 깨가 얼마 남지 않았다.오늘은 기필코 깨를 볶아야지 결심하고 깨 볶을 채비를 서두른다. 힘들게 농사 지었을 수고를 생각하며 한 톨도 해실 되지 않도록 몇 번을 조심해가며 씻었다. 정성스럽게 조리질을 하며 훍을 걸러냈다. 번거롭고 수고롭기 그지 없는 일이다. 깨끗이 씻은 깨를 후라이팬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타지 않게 자주 저어가며 볶아준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옛날 외할머니께서 솥뚜껑을 엎어 놓고 하롯불에서 깨를 볶으시..

흰 색, 그 조화로움

흰 색 , 그 조화로움 조 은 미 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단조롭고 단순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 마음도 몸도 느긋하고 여유롭다. 늘 바쁘게 쫓기며 살던 도시 생활의 분주함에 비해 나를 돌아보고 나와 더 친해질 수 있는 한가로움이 삶을 넉넉하고 편안하게 한다. 어느새 옷차림까지도 달라졌다. 전에는 드레시 하고 좀은 화려한 여성적인 정장을 선호했다. 이곳에서는 만고에 그런 옷을 떨쳐입고 나다닐 일이 없다. 편안하고 케쥬얼한 바지와 티셔츠면 족하다. 평소에는 쉽게 때가 타고 곧 변색 되어 금방 추레해질까 겁나서 흰 바지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옷 색깔의 취향이 나도 모르게 흰 색을 선호하게 된다. 좀 더러워지면 빨면 되지. 쉽게 변색..

카테고리 없음 2024.06.07

이 나이

이 나이 조 은 미 때로 내 나이도 깜박깜박 잊고 산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들어 부쩍 숫자 감각이 무뎌짐을 느낀다. 아침마다 오늘이 몇 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는 일을 습관처럼 달고 산다. 요가 클래스에서 젊은 친구들이 유연하게 따라하는 동작을 몸이 뻣뻣하게 굳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할 때 나이를 의식하며 부러워지기도 한다. 옆에서들 언니 나이에 지극히 정상이라고 위로하는 말을 듣노리면 고맙기도 하지만 어느새 이 나이가 되었나 싶어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스친다 . 초저녁 잠드는 시간을 어물어물 놓치는 날이면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못 자면 내일 늦게까지 자면 되지 싶어 느긋하게 유투브를 뒤적이며 잠이 올때까지 뒹굴거린다. 불면이 주는 초조함을 바상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