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조 은 미 장맛비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봄비처럼 보슬 보슬 내린다. 장맛비라면 으례히 주야장천 주룩주룩 쏟아지며 제발 그만 왔으면 하고 진저리를 칠만큼 내렸었는데 요즘은 순한 양이 되어 제법 귀염을 떤다. 간간히 쉬어가며 햇빛이 반짝 나기도하고 선선한 바람을 선사하는 아량까지 베푸니 숨겨진 속내를 알 수가 없다. 흐린 하늘이 언제 토라질지? 그네에 흔들리며 아리송한 회색지대에서 어정쩡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해본다. 파크 골프 치느라 소홀했던 텃밭을 돌아보기로 한다. 주인 발소리가 뜸해진 틈을 타 풀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촉촉해진 땅에 그악을 떨던 풀들이 얼마나 잘 뽑히는지. 한바탕 손끝이 자나간 자리엔 토마토, 가지, 고추가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며 허리를 편다. 화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