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기한 조 은 미 이런 저런 일로 바빠 몇 주만에 잠깐 짬을 내어 시골집에 다녀오러 나섰다. 계절이 지나간 자리가 역력하다. 가을이 휘젓고간 빈집은 성클하고 황량했다. 제멋대로 활개치고 풀이 자란 마당하며 무성하게 자랄대로 자라 꽃이 지고 잎마저 병이 든 봉숭아가 추레함을 더하고 있다. 작약도 잦은 비에 검게 썩은 줄기만 버티고 있다. 어디를 봐도 떠나가는 것들로 우중충하다. 화사하게 마당을 채우던 활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 꽃이 예쁘다 하나 그것도 한 때이다. 피었다 가는 것이 순리련만 지는 꽃의 허망함이 왠지 안스럽고 괜스리 마음이 울적해진다. 현관문을 여니 훅 끼치는 냉기가 섬뜩하다. 천장에는 굼실거리는 하루살이 애벌레가 하얗게 붙어있다. 푸근히 쉬었다 가야겠다는 야무진 소망이 여지없이 무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