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작시

가운데 손가락

조은미시인 2020. 1. 21. 07:19

 

가운데 손가락

조 은 미

 

키만 멀쑥 커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글씨 쓸때

엄지 검지를 도와

연필이나 받쳐주고

 

젓가락질 할 때

젓가락 사이가 붙지 않도록

들러리나 서주는

 

존재감 부재의 비애

손을 펴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가만히 속삭이는 옆지기들 소리

 

넌 제일 키 크고 멋져

중심을 잡고 서서

우리를 지키는 보디가드

넌 우리의 기둥이야

 

정말?

고마워

미소가 번지고

서서히 생기가 차오른다

 

가슴을 펴고

하늘을 본다

척추 마디 곧추 세운 손등 위로

한 줄기 비치는햇살이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