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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재 발견
조은미시인
2020. 6. 5. 17:41
조 은 미
늘 살아있는 생명을 호흡한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단조롭고 적막하기조차 한 날마다 같은 환경에서 맞는 하루지만 아침에 현관문을 열자마자 느끼는 공기의 감촉은 늘 다른 느낌으로 닥아온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지만 어제보다 더 활짝 핀 장미, 어느 틈에 조롱조롱 열매가 굵어지는 불루베리, 살며시 시침떼고 고개 내미는 잡초, 화사한 미소 머금은 채송화, 줄줄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패랭이, 내 뜨락은 늘 생명의 활기로 충만하다.
때로 하루 종일 입 한 번 떼지 않고 지나면서도 이 녀석들과 눈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루한 줄 모르고 하루가 잘도 간다.
작년부터 시름대던 마당 한 가운데 반송이 옮겨 심은 후 날로 기운을 차리고 초록 생기가 더해가는 걸 보는 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오늘 그악스럽게 싸우던 쇠뜨기와의 전쟁에서 드디어 완승을 거둔다.
한 때 쇠뜨기의 효능이 회자 되먼서 쇠뜨기 열풍이 불었던 걸 기억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니 세상에 쇠뜨기가 거의 만병통치약이라 할만큼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지혈, 청혈 작용, 면역력 강화, 방광의 염증과 소변의 불통을 다스리고 관절염, 여드름 치료, 당뇨, 고혈압등 각종 성인병 예방, 골다공증, 심지어는 식물성 비아그라라 할 정도로 남성들의 정력에 특히 좋단다.
이렇게 고마운 녀석을 홀대 하다니!
쇠뜨기의 실체를 알고나니 갑자기 소중한 녀석이 되어 여기저기 온통 화단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녀석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울타리 주변에 밭을 이루고 있는 쇠뜨기를 두 소쿠리나 실히 뜯어 깨끗이 씻어 전기팬에 낮은 온도로 살청
한 후 소쿠리에 살살 비비는 유념
과정을 거쳐 대여섯 차례 팬에 넣었다 식혔다를 반복하여 덖으니 수분이 다 날라가고 바삭한 찻잎이 완성 된다.
반은 분쇄기에 돌려 가루로 만들고 반은 차로 만들어 보관한 후 한 줌 차를 우려 맛보니 구수하면서 감칠 맛 나는 그 맛이 일품이다.
그래 이젠 쇠뜨기 녀석 천덕 꾸러기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하늘 같이 귀하신 님으로 모시고 따로 밭이라도 마련해 모셔야 될려나 보다.
옆에 가까이 있으면서 너무 흔해 소중한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 게 어디 쇠뜨기 뿐일까?
상대를 알아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도 않고 선입견과 편견으로 내 기준에 안맞으면 적으로 몰아 미워하고 속 끓이는것 보다 상대를 알고 좋은 점은 취하고 미움에서 해방 되고 나니 어찌 이리 뿌듯한지.
가치의 재 발견!
오늘 석양은 유난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