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무너진 기초를 세우길 소망하며

조은미시인 2021. 9. 15. 21:39


무너진 기초를 세우길 소망하며
조 은 미

용인 사시는 가까운 지인 두 분이 맛난 것 사주시겠다며 나들이 삼아 우정 이곳까지 오셨다.
밥 하는 수고 할까 봐 시내에서 만나자시며 풍천 장어로 영양 보충을 시켜 주시고 스위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찻집에서 차까지 대접해 주신다.
고소하게 익어가는 장어 내음에 마음도 고소하게 익어간다.
노릇노릇 구워진 사랑을 씹으며 입 속에 행복이 구른다.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산다.
항상 넉넉히 베푸시는 손길에 푸근하고 감사하다.
충만한 기쁨으로 돌아오는 길
유리알처럼 파란 하늘에 어느새 가을 빛이 들어찼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 속에 가을이 숨어 숨바꼭질한다.
길 한 편에 차를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을 찾아 가슴에 안는다.
알싸한 그리움이 배어나와 나도 한 송이 코스모스가 되어 가을 여인으로 선다.
카메라 렌즈에 가을을 가둔다.
어찌 이다지도 아름다울까?
뉘라서 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창조의 신비여!
늘 자연 앞에 서면 겸허해지고 감사가 넘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창조의 원리 대로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신뢰가 무너진 불신의 시대 부실하게 쌓는 바벨탑은 이제 곧 무너질 한계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기초가 무너진 허당에 연일 서로를 끌어내리기 위한 음모가 판치는 소모적 정치판이 이제 보는 것만도 신물이 난다.
어느 때쯤이나 우린 신뢰의 바탕 위에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나를 돌아본다. 나는 그 비난에서 자유할 수 있는가?
나부터 변화되어야 함을 깨닫는다.
이 가을 창조의 원리를 깨닫고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와 서로의 신뢰 안에 코스모스 닮은 아름다운 날들로 채워가는 희망의 꽃길을 걷게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