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나이 들어보니 참 좋다

조은미시인 2021. 9. 20. 21:59
















나이 들어보니 참 좋다
조 은 미

내일 혼잡을 피해  미리 성묘를 다녀오려 아침 일찍  나선다.
하늘 빛이 어찌 이다지도 고울 수가 있을까!
아침 일찍 인데도  성묘객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남편 이름과 나란히  미리 새겨 놓은 "조은미 권사 지묘" 라는 묘비를 보면 늘 숙연해진다.
앞으로 남은 날이 더 가까운데 늘
꽃처럼 밝고 환하게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며 나머지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남편 앞에 서면  편안해지고 따사로운 온기가 나를 감싼다.
덕분에 편히 잘 살고 있어요. 고마워요.
그이의 미소가 하늘에 뜬다.
나도 마주 웃어준다.

나선김에 홍천 알파카 월드로 향한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나들이 객이 많다.
관광객이 주는 먹이에 익숙하여 친근하게 닥아서는 녀석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점심엔  홍천 온 김에 양지말 화로구이집에 들리려 했는데 마침 문을 닫아 대신 한우 전문점  "늘 푸른 홍천 한우 프라자" 에서 한우 불고기 정식을 맛나게 먹고 돌아온다.
가격도 착하고 밑반찬도 맛있고 쌀이 좋은지  밥맛이 좋아 맛집으로 추천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하루는 어찌 이리 짧은지!  아들 며늘리 대동한 나들이가 즐겁다. 한가하게 명절 기분을 만끽한다.

저녁엔  랍스터 삶은 국물에  멸치, 다시마, 사과 껍질 육수 내어 칼칼하게 청양고추 썰어넣고 떡만두 국을 끓여주었더니 아들 며느리 정말 맛나다며 칭찬이 늘어진다. 
떡국 국물에 사과 껍질과 청양고추를 넣으면 국물이 얼마나 맛난지 팁으로 알려드린다.

한 끼에 한 가지씩만 맛난 것 해먹으니 명절이라도 도무지  미안할 정도로 할 일이 없다.
추석에  떡국을 끓여먹던 전 한가지 안부치고 그 시간에 놀러 다니던  내 맘에 좋은대로  하고 살 수 있으니 나이든다는 건
참 자유롭고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도무지 책임질 일이  있나 그저 내 몸 하나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 되니 다시 젊어지고 싶은 생각이 요만큼도 없다.
모멘토 모리의 겸손함과 카르페 디엠의 지혜가 균형을 이루는 삶에 감사하며 넉넉하고 여유롭게 긍정의 시간들로 채워가자.
살아있다는 건  어찌 이리 생기롭고 감사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