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다시 일상으로

조은미시인 2021. 9. 21. 22:43


다시 일상으로
조 은 미

명절날 아침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깬다.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샤워를 마치고 집안 청소를 서두른다.
4분 영정을 모셔놓고 정원에서 싱싱한 꽃을 잘라 화병에 소담스레 꽂고 촛불을 밝힌다
차례 음식을 진설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예를 다해 추석 감사 추도 예배를 3식구가 모여 앉아 경건하게 드린다.
사진 속에 살아계시는 사랑했던 분들과의 추억담을 나누며 늘 신앙의 모범을 보이셨던 그분들의 믿음의 유산에 감사한다.

점심에는 시댁에 갔던 딸네 3식구도 들려 모처럼 온식구가 다 모이니 더 화기가 돈다.
올 추석엔 랍스터가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한다.
녹인 버터에 마늘 뜸뿍 넣고 설탕 조금 넣어 만든 소스를 꼬리 살에 바르고 피지 치즈 얹어 180도 온도로 10분간 오븐에 구워낸 랍스터 버터구이에 셀러드 한 접시 곁들이니 나물 몇 가지 만든 것은 상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명절 뒤끝은 늘 썰물 빠져나간 갯벌처럼 썰렁하다.
모두 돌아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고요하게 평화가 내린다.

명절은 명절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날마다 명절 처럼 북적이면 기쁨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날들이 되리라.

랍스터가 특별한 맛이 있긴 하지만 두 끼를 먹으니 더 이상 덧정이 없다.
그저 된장 찌개에 김치 생각이 간절하다.

티격태격 부딪치고 소 닭 쳐다보듯 살아도 남편, 아내 그늘이 편하고 대궐같은 남의 집보다 오막살이라도 내 집이 편하다.
김치, 된장찌개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듯 평범한 하루 하루의 일상이 소중한 것이다.

특별한 기쁨으로 행복하게 해주었던 자식들에게 감사하고 이만큼 건강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한다.
올 추석엔 구름에 가려서 보름달이 보이지 않는다.
늘 가슴에 달 하나 띄우고 주변을 환하게 밝히며 살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