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꿈을 꾸는 사람들
조은미시인
2021. 9. 23. 12:43
꿈을 꾸는 사람들
조 은 미
명절 남은 음식 떨어 먹다보니 언제적 부추 넣어두었던 것이 반 쯤은 상해 널브러져 있다.
채솟값도 비싼데 상한 것 밑둥은 잘라버리고 성한 놈으로 다시 근사하게 회생시켜줄 궁리를 한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당근, 양파, 파프리카 모두 소환해 줄 세우고 송송 썰어둔다.
송송 썬 재료에 계란 서너개 깨뜨려 풀고 소금 한 꼬집 넣어 약불에 서서히 계란 부추전을 부친다.
토마토 둥글게 썰고 파프리카 반달로 썰어 꽃처럼 둘러 데코레이션 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팬에 부친 부추전을 조심 조심 접시에 옮겨 담고 모짜렐라치즈 얹어 전자 레인지에 1분정도 돌려 케챱을 뿌려준다.
환상적인 비쥬얼과 맛으로 환생한 색다른 계란 부추전으로 점심 한끼 거뜬히 때운다.
솥두껑 운전수 잘 만난 덕에 쓰레기통 신세 면한 부추가 내 입 속에 고마움을 그대로 전한다.
지도자 하나 잘 만나면 온국민이 기 펴고 행복하게 사는데 저마다 자기가 지도자라고 목에 힘주어 말하는 분들 정말 자질이 있는지 지켜볼일이다.
제발 쓸만한 것도 다 망가뜨려 못 쓰게 만들지 말고 버릴 것같은 것도 잘 다듬어 맛난 일품 요리 한 접시씩 안겨주는 지혜로운 쉐프는 어디 없을까?
집사부에 나와 계란말이도 깔끔하게 잘 하시던 인간적인 분, 나는 거짓말 안합니다 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소개하던 그 분의 미소가 왜 그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지! 정말 그 듬직하고 건장한 사나이가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형수에게 막말하는 수준이 인간성을 의심하게 하는 어떤 분, 화천대유 너무나 기가 차고 황당한 일에도 이 말 저 말 돌려막기로 끄떡없이 버티는 그분을 좋아하려면 얼마나 밸을 빼놓고 꼭지가 돌아야 할런지!
무너져가는 이 나라를 바로 세울 비빔밥의달인, 오늘도 그런 멋진 쉐프가 어딘가 분명히 있으리라는 기대로 새로운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