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버리는 기쁨
조은미시인
2021. 10. 11. 11:47
조 은 미
무엇이든 물질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상상이 안가는 일이겠지만 구멍난 양말 뒤꿈치까지 전구알에 끼워서 꿰메 신던 너 나 없이 가난하게 살아온 우리 세대는 절약이 체질화 되어 멀쩡한 물건 버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어느새 창고방으로 전락한 작은 방에 잡동사니가 발들여 놓을 틈없이 쌓여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도저히 숨이 막혀 살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다.
큰 맘 먹고 이번에는 기필코 버려야지 작정을 한다.
생각 끝에 키 큰 수납장을 하나 들이려 방 안에 들었던 물건을 다 끄집어내니 한 방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통 집 안이 폭탄 맞은 것처럼 어수선하다.
하나도 그냥 주워온 것은 없으련만 뭘 그리 많이 사들였나 싶다. 때늦은 후회를 하며 내 소비 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옷을 정리 하면서는 한참을 망서리게 된다.
요즘 옷이 낡아 못 입는 것이 아니니 막상 버릴려면 또 입을 일이 있을 것 같아 내놓았다가 아쉬워 도로 줏어 담다보니 결국 도로 한 옷장 꽉찬다.
한 철에 한 번도 안 입고 지나는 옷이 허다하다.
그런 건 과감하게 정리해 버려야하는데
무슨 미련인지 옷은 잘 버려지지가 않는다.
우리 마음도 마찬 가지이리라.
내려놓고 비우고 정리하며 살아야 하는데 끝까지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과 아집으로 여전히 끙끙거리며 삶의 짐을 무겁게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버리고 비우지 않으면 결국 그 무게에 눌려 쓰러지고 말 것이다. 며칠 수고 끝에
대충이라도 정리된 방안을 돌아보며 얼마나 상쾌한지!
나이 들수록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려면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리라.
인간적인 욕심과 미련을 끊어내고 날마다 나를 비워가는 청정함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좀 손해본 듯, 좀 억울한 듯 해도 허허 거리고 웃어 넘길수 있는 여유로움 안에
감사로 채워가는 자족의 평안을 누릴 수 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