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며
조은미시인
2021. 10. 31. 02:18
조 은 미
드디어 내일이면 제주도 한 달 살이 떠나는 날이다.
몇 번 짐을 쌌다 풀었다 하며 꼭 필요한 것으로만 최소한으로 무게를 줄이려 애를 쓴다. 아무리 타지라 해도 거기도 사람 사는 덴데 왠만한 건 현지 조달 하리라 마음 먹고 줄이고 또 줄여도 옷 몇 가지, 상비약, 화장품 그 외 꼭 필요한 자잘한 생활 용품을 챙기니 큰 트렁크와 쌕 2개가 꽉 찬다.
도저히 공항까지 들고 가기는 무리이다.
요즘은 집에까지 와서 가져가는 카카오 택배가 있어 트렁크는 먼저 부치기로 한다.
제주도까지 단돈 8천원.
카카오 톡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간단히 해결되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짐을 꾸려 현관 앞에 내놓고 나왔더니 택배 기사가 맨 트렁크 채로는 파손 위험이 있어 수하물을 가져갈 수 없다 연락이 왔다. 이런 난감할 데가!
집에 와서 뽁뽁이로 감고 전기 장판 가게에서 큰 포장 주머니를 얻어 단단히 패킹을 한 후 가까이 사는 서방님께 월요일 우체국 택배로 부쳐달라고 실어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떠나는 게 실감이 난다.
우리 나이가 되면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변화가 두렵고 그저 익숙한 곳에 안주하고 싶어지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것도 길어진 노후에 외로움을 덜 타고 당당하게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좋은 단련의 시간이 되라라 생각한다.
여고 절친인 친구와 둘이 즉석에서 의기투합해 저질러 놓고 막상 갈 때가 되니 원룸에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단칸 방에서 한 달간 같이 생활해야하는 것이 좋으면서도 은근히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여자 둘이 여행을 가면 같이 갔다가도 일주일이면 의견이 안 맞아 서로 다투고 혼자씩 돌아온다고 주변에서 오히려 우려삼아 걱정을 해준다.
그래서 도전 의식이 더 생긴다.
그냥 아무 계획도 없이 물 흐르는대로 느리게 느리게 멍 때리며 한껏 달콤한 게으름 안에 살다 오자던 이번 여행의 목적에 남들이 다 염려하는 상황에서 여하히 한 달간 사이좋게 알콩달콩 일생에 한 번뿐인 축복의 시간을 최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고 두 사람이 조화롭게 살다 오느냐 하는 것을 미션으로 추가하며 이제 드디어 캐도릭 신자인 친구와 말로만이 아니라 서로 하나님 믿는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실천하고 오자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친다.
그동안 살아온 인격과 지성으로 한 달도 못 버티고 본성을 드러낸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헛되고 위선으로 가장된 것 일까?
스스로 자존심에도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여행 가서 제일 소중한 보물을 잃고 오는 어리석은 일일랑 절대 하지 말자 서로 다짐한다. 떠날 때 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 있음에 감사하며 끈끈하게 엿가락처럼 찰싹 붙어 오자 친구야.
함께 할 수 있는 네가 있어 말로 표현 할수 없이 고맙고 든든하고 행복하다.
사랑해. 60여년 우정에 이해 못할 게 뭐가 있으려고?
신랑이 예쁘니까 코고는 소리도 자장가로 들리더라. 안 그러면 열두 번도 더 이혼했을 거야. 혹이나 나도 모르게 코를 드르렁거리고 골지나 않으려는지, 밤중에 너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 성가시게 하는 건 아닌지 두루 염려가 되지만 우리 이불 따로 덮고 한 침대에서 편안히 잠들만큼 서로에게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해지도록 기도하자. 때로 지나친 배려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서로의 축복이 됨을 감사하며 건강하게 무탈하게 사이좋게 잘 지내다 오기를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