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따로, 같이 (제주 한 달 살이 나흘째)
조은미시인
2021. 11. 4. 20:25
따로, 같이 (제주 한달 살이 나흘째)
조 은 미
오늘은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성경지리를 줌으로 공부하는 클라스 메이트이신 여선교사님 한 분이 애월에 두어 달째 먼저 오셔서 살고 계시는데 서로 통화가 되어 찾아뵙기로 한다.
친구는 아직 컨디션 회복 중이라 집에서 쉬기로 하고 나 혼자 네비를 켜고 나선다.
함께 나설 땐 든든했는데 왠지 초행길이라 어줍고 어설퍼 약간은 두려운 마음이 앞섰지만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에 집중한다. 무사히 애월에 도착해 반가운 해후를 한다. 처음 뵙고 금방 안면을 텃는데도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인 것 것처럼 서로를 이어 주는 사랑의 끈은 같은 크리스챤 안에서 형제 자매로 맺어진 친밀감 때문이리라. 하귀 바닷가에 연한 에이 바웃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우아하게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선교사님 안내로 미리 예약해 놓으신 김창열 미술관을 찾았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한국 화단의 세계적인 거장 김창열 화백의 회귀 시리즈를 직접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언젠가 그분의 물방울 그림 한 점이 경매에서 8천4백만 원에 낙찰되었다는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방울 본연의 영롱하고 아무 것에도 때묻지 않은 맑은 영혼의 깊이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창조의 모습 대로 돌아가고 싶은, 찌든 세태속 에서 뾰족하게 모가 난 모서리를 둥글게 회복하고 싶은 가슴 속 밑바닥에 살아 숨쉬는 선한 의지에 대한 회귀 본능의 염원이 하나 하나 순수한 물방울에 응축되어 형상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천자문의 배경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생동감 있는 동그란 물방울의 부드러움이 고향에 안긴 듯 마냥 편안하게 영혼을 감싸는 힐링을 느끼게 한다.
미술관 관람 후 근처 맛집인 "더 애월"에서 돼지고기에 김치를 곁들인 두루치기로 맛난 점심을 먹고 혼자 있을 친구를 생각해 서둘러 돌아온다.
초면에 그렇듯 반갑게 맞아주시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선교사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집에 오니 친구가 없어 순간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나? 황급히 전화를 하니 다행히 친구는 친구대로 협재 해변에서 오붓한 산책을 즐기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 안심한다.
완전히 회복됐는지 생글거리며 웃음소리가 높아져 들어서는 친구의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가끔은 온전히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따로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녁에는 맛난 성게 미역국과 보말죽을 먹으러 나갔다.
뜻밖에 제주에 여행온 여고 동창이 가까이 묵고 있다고 잠깐 만나러 오겠다고 연락이 와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의 기쁨에 행복이 배가된다.
오늘도 좋은 만남을 인도해주시고 편안하게 하루를 마감하게 해주신 은총에 감사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