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나를 일으켜 세우며
조은미시인
2021. 12. 28. 06:54
조 은 미
아버지 가신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나이 칠십이 넘어도 아버지 빈 자리가 이리 아쉽고 허전한지!
내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책임감이 벗겨진 홀가분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를 버티게 했던 구심점이 빠져나간 허함과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온 몸에 기가 빠져나간 듯 며칠 꼼짝도 할 수 없는 공황 상태가 온다.
누워 계셔도 계신 것 자체가 내가 살아야 하는 목적과 책임감 이었기에 사랑의 부담감은 나를 더 강하게 세우는 힘 이었다.
시부모님, 같이 모시고 있던 손위 시누, 입양했던 동생, 친정 엄마, 남편 내 손으로 천국에 보내드린 가까운 분들!
이제 아버지까지 마지막 보내드리며 한 세대를 마감 한다. 비로소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으로 선다.
평생 누군가의 보호자와 위로자로 살아왔던 삶의 마지막 말뚝이 빠져나간 자리가 횡하고 적막하다.
지인들과 기쁘게 주고 받던 성탄 인사 한 줄도 보낼 기운이 없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큰 일에 마음 나눠주셨던 분들께 일일이 감사 인사를 보내고 어제 주일엔 아버지 다니시던 모교회에 출석하여 교화와 성도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오늘은 요양병원에 들려 간호사실과 병실, 원무과, 원장님을 두루 찾아 뵙고 그간 애써주셨던 감사한 마음을 작은 선물에 담아 전하고 왔다.
남아 있던 옷가지를 정리하고 핸드폰도 해지하고 사망 신고까지 마치고서야 아버지와의 이별 절차가 끝난다 . 물질에 대해 욕심이 없으시고 늘 처한 형편에 자족하며 사셨던 아버지의 남기신 유산이 없기에 사망 신고를 끝으로 간단히 사후 처리가 끝나 얼마나 감사한지!
이제 이 땅에서 아버지 흔적이 하나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내 마음에 사신다.
가던 사랑이 머물 곳이 없어 허한 마음에 오늘 이모님이 맛있게 익은 김치와 직접 농사지어 짜신 참기름과 들기름, 말린 고구마를 택배로 보내 오셨다.
딸도 엄마 이젠 엄마 건강도 돌아보시라며 종함검진 예약해놓았으니 꼭 받으시라고 팍팍한 살림에 적지 않은 돈을 보내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사랑이 흐르는 곳은 마이너스 같지만 어딘가에 더 큰 플러스로 작용하여 서로를 세우는 힘이 된다.
사랑의 탄성력!
사랑은 시들어 가는 영혼을 다시 살리는 에너지이고 생명수 이다.
머물 곳 없어 헤매는 내 사랑의 거처를 찾아 사랑의 외연 확장에 나서야 겠다 마음 먹는다.
내 식구에 머물렀던 사랑의 포커스를 이제 이웃에 돌려 내 존재 이유를 찾고 기운을 차려 보아야겠다.
사랑할 대상이 있을 때 그 책임감의 무게는 나를 짓누르는 짐이 아니라 진정 삶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이제 슬픔을 털고 일어서자.
아버지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그 삶을 따라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기력이 있을 때 사랑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서자.
육체가 후패하면 돈이 있어도 아무 필요가 없는 때가 곧 닥친다.
그 때가 되면 후회는 이미 때 늦은 독백이 될 뿐이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살만 하고 아름다운 일일런지!
주변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 이다.
설레임과 희망으로 내일을 내 것으로 만들며 살아가자.
조은미 사랑해. 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