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작시

밥솥, 어둠을 밀어내고

조은미시인 2013. 9. 10. 00:17



 

      밥솥, 어둠을 밀어내고

       

      조 은 미

       

      모자 질끈 눌러쓰고

      두 눈을 꼭 감는다

       

      숨구멍 단단히 막고

      허리도 곧추 세우고

       

      ! 끼치는 열기가

      조금씩 목까지 밀려와

      드디어 비명을 지른다

       

      담금질이 끝나고

      깊은 숨 토해내는 소리

      전율이 온몸을 훑는다

       

      나른히 찾아오는 아침 햇살

      생명줄에 올라오는

      어둠을 밀어내고

       

      밤새도록 맞댄 입술을

      살며시 밀고

      창밖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