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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품은 가슴

공을 품은 가슴조은미 교대 동창 총회가 있는 날이다. 늘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모임 공고가 뜨기가 무섭게 제일 먼저 참가비를 보내고 신청했다. 시골에서 미리 올라와 날짜까지 꼽으며 기다린다. 무엇이 이토록 이 모임을 기다리게 하는가. 동창회에 다녀오면 늘 마음이 푸근해지고 엔돌핀이 솟는다. 젊음을 거슬러 오르는 생기가 피어오르고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 누구도 눈살 찌푸릴 만큼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친구가 없고, 가슴에 공을 품고 사는 듯 모난 사람이 없다.그저 만나면 반갑고 편안하다. 마주 보는 다정한 눈빛과 반기는 미소에 정이 건너가고 또 건너온다.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웃음이 헤퍼진다. 집에 돌아올 즈음이면 깔깔거리며 웃느라 입꼬리가 아플 지경이다.여기저기서 내 글을 읽고 공감을 전해 주..

시간이 누운 오후

시간이 누운 오후조은미 오전에 치과 진료가 있다. 거울 앞에 앉아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어제 파머한 머리가 산뜻하다. 붉은 줄무늬 티셔츠에 가벼운 반팔 모직 코트를 걸치고, 머리에는 레이스 달린 모자를 얹어 봄을 더한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치과 검진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행사 시간까지 족히 네 시간 이상이 빈다. 시간이 옆으로 눕는 한가로움을 느낀다. 자투리 틈새 시간은 언제나 애매하다. 날씨도 화창하고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는 귀찮다. 친구 몇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아파서 누워 있거나 다른 약속으로 출타 중이다. 혼자 놀기로 한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다. 한 발 한 발 사뿐사뿐 내려딛던 걸음 위에 어느새 세월이 얹혔다. 난간을 붙들고 올라오는 다른 회색 눈빛들과 마주친다. 동병..

수건의 교훈

수건의 교훈조은미 햇님도 게으름을 부리는지 아직 창가에 기척이 없다.봄날 같지 않게 하늘이 부옇다.몸이 무겁다. 오늘은 운동을 쉬고 싶다.등어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게으름의 유혹을 털어내고 겨우 일어난다.세수를 하며 잠을 깨운다.방울져 내리는 물기를 수건으로 눌러 닦는다.금세 물기를 빨아들여 얼굴이 뽀송해진다.생각해 보니 수건은 단 한 번도 나를 거부한 적이 없다.운동할 때 땀을 닦아주고 샤워 뒤에는 말없이 몸을 감싸 안는다.제 몸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넉넉하게 품어준다.수건이 닿는 촉감이 엄마 품처럼 부드럽다.누군가에게 품을 내어준다는 것은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사람이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바늘을 세우고 살면 남도 가까이 오지 못하고 자신도 따뜻함을 느끼기 어렵다.오늘도 피클볼을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