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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내가 사는 이유조 은 미 주일 아침이다. 날씨가 오늘 따라 화창하다.꾸물거리다 보니 9시 예배 시작 시간이 거의 다됐다.숨이 턱에 닿게 부지런히 걸어 교회 문 앞에 당도했다. 문 앞에 당연히 있어야할 목사님, 장로님 차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교회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휙 끼친다. 아무도 없다.순간 성경에 나오는 휴거가 연상되었다. 아니 나만 남고 모두 들림을 받았나? 핸드폰 날짜를 켜보았다. 아뿔사 오늘이 주일이 아니라 토요일이었다. 어쩜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그리 착각할 수가 있는지! 빈 예배당에서 홀로 기도한 후 되짚어 집에 돌아 온다. 오는 길에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걷는다. 논두렁 밭두렁에 온통 파릇한 새싹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온 천지..

개나리 산바라지

개나리 산바라지 조 은 미 숨이 턱에 닿게 달려온 봄이 몸을 푸는지 햇살이 스친 자리마다 온통 산통으로 천지가 들썩인다. 눈 밭에서 복수초가 맨 먼저 눈을 뜨더니 섬진강 매화가 바람났다 소문도 풍문에 들린다. 드디어 봄이 서울까지 치마폭에 감싸고 응봉산에 노란 개나리를 출산 했다는 소식이다. 오늘은 서울교대 동기 등산 모임인 화사회가 모이는 날이다. 등산은 감히 엄두도 못내다 산 축에도 못드는 언덕이란 소리에 용기를 내어 큰 맘먹고 참여하기로 한다. 어느새 겉옷이 무겁다. 청바지에 꽃무늬 티셔츠 차람으로 산뜻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아침 안개가 저도 동행하자고 앞서 내닫는다. 친구들 만날 생각에 마음이 앞서 달린다. 운좋게 7시10분 차가 바로 들어 섰다. 흔들리는버스..

오는 정, 가는 정

오는 정, 가는 정 조 은 미여고 동창들과 소사에서 정기 모임이 있는날이다. 오늘부터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어젯 밤 늦게까지 별 징후가 없었다. 혹시 밤새 눈이 내려 눈 속에 갇힐까 노파심에 차를 대문 앞까지 빼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버스 타고 나가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 샤워 후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여니 온 세상이 하얗다. 발목이 묻힐만큼 눈이쌓였다.굵은 눈발이 아직 그치지않고 내린다. 도저히 나설 형편이 안된다. 카톡에 벌써 걱정스런 문자들이 떴다. 다음으로 미루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계획은 사람이 세워도 우주를 운행하시는 분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나이드니 조바심칠 일도 바상거릴 일도 없어 좋다. 엎어지면 쉬어가면 되고 가다 막히면 돌아..

시간을 거스르며 사는 삶

시간을 거스르며 사는 삶조 은 미 요즘들어 서울 나들이가 잦다. 아직도 갈 곳이 있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갈만한 건강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오늘은 서울 교대 동기 총회가 있는 날이다. 행여 버스를 놓칠세라 여유있게 나선다. 언제 부터인지 터미널 안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졌다. 늘 먼지가 풀석거려 설악면의 얼굴인 터미널의 불결한 미화 상태가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노인 일자리 차원으로 새로운 분이 청소 요원으로 오신 후 일어난 변화이다. 마침 예의 그 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칠십 후반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남자 분이다. 구석구석 마포 걸레질을 하고 있는 그 분의 얼굴에는 신바람이 넘쳐난다.운동삼아 일 한다는 그 분은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

'힘내라 대한민국' 을 보고 나서

'힘내라 대한민국'을 보고 나서' 조 은 미 서울 온 김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피카디리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을 상영하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극장이 한산했다. 우리 나이 또래와 더 연배로 보이는 관객들이' 두서너 줄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12.3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기화로 남북 분단 이전 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념 갈등의 뿌리를 낱낱이 파헤친 기록 영화였다. 당시 방대한 사진 자료는 실로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연결선상에서 지금 까지 북한이 자행해온 역사적인 만행은 몸서리치게 했다. 여수 반란 사건, 4.3 제주사건등 그들이 일으컸던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이 있었는지! 그 ..

빨간 똥

빨간 똥조 은 미 며칠 온 눈으로 발이 묶였다. 이틀 꼼짝도 안하고 두문 불출했다. 마당에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적막 속에 제대로 설경을 즐길 여유를 갖는다. 눈을 치워야지 하는 조바심을 내려놓으니 설국의 평화가 찾아온다. 어제부터 날씨가 픅하더니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한다. 오늘은 마당의 눈이 거의 녹았다. 오! 누구라서 햇님만큼 깔끔하게 눈을 치울 수 있으랴. 유리알 처럼 맑은 하늘, 눈부신 햇살, 이마에 땀이라도 송글송글 맺힐 것 같은 따사로움, 이런 날 집에 머무는 건 용서할수 없는 게으름이다. 웅크렸던 몸에 날개가 솟는다. 마침 절친이 생일 선물로 보내준 스타벅스 커피를 나눌 벗을 찜해 번팅으로 불러낸다.무시로 부르면 달려올 벗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름 값

이름 값조 은 미 서울 생활 정리하고 전원 생활에 터 박은지도 어느새 1년 반이 지났다. 도시의 편리함이 인에 박혀 조금은 불편한 환경이 고향이라는 프리미엄에 묻혀 결이 쉬 삭아 그런지 그닥 어려운 줄 모르고 여기가 좋사오니 안주하며 유유자적하게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도시의 공기가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오늘은 강동 온누리교회 권사회 월례회로 모이는 날이다. 설레는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버스가 더디게 느껴진다.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마음이 먼저 달린다. 주일마다 매주 예배 드리러 가지는 못하지만 권사라는 이름 값은 해야 도리인 것 같아 월례회나 수련회 때는 참석하여 자리를 지키려 노력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다. 먼데서 왔다고 특별히 환영해주는 환대가..

고구마의 부활

고구마의 부활조 은 미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눈이 많이 왔다.발목이 빠질 만큼 쌓였다.허리 아픈 핑계로 내버려둔다. 해 뜨면 설마 녹겠지.해 퍼지니 나무에 쌓인 눈들이 제법 녹아 내린다.봉오리진 자목련 가지가 미풍에 흔들린다."언제 까지 기다려야해? "응석 부리며 흔드는 몸짓에 "조금만 기다리면 꽃이 필거야" 다독이는 봄바람의 속삭임이 정겹다. 세상에 흰빛 밖에 없는 듯 눈이 시린 순백의 들판은 넉넉하다.들판이 들어찬 내 마음도 넉넉하다.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눈 멍에 빠진다.눈 섬에 갇혀 풀리는 생각의 실마리를 따라 아침 내 글을 붙잡고 앉았다. 어느새 점심 때가 겨웠다. 무언가 넣어주고 속쓰린 위의 반란을 달래야한다.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도 배가 고프단다. 문득 언 고구마에..

사.미.고

사.미.고조 은 미사.미.고 는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의 줄임말이다.사.미.고는 비상금 처럼 늘 지갑에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 꺼내쓰면 윤활유처럼 관계를 따뜻하고 부드럽고 깊어지게한다.잠잠히 나를 돌아본다평생 살아오면서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은 제법 인심쓰며 넉넉히 나누었다.그러나 "미안해" 라는 말은 아끼며 살았던 것 같다.아니 애초에 미안할 일을 만들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사랑해' , '고마워' 라는 말은 자기 기준에서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미안해' 라는 말은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어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미안해' 라고 말할 때 자존심은 잠깐 뒷전으로 밀쳐놓아야한다. 상대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

봄은 내 곁에

봄은 내 곁에 조은미 친구와 지인들에게 연일 곰비임비 생일 축하를 받느라 호사가 늘어졌다. Face book 에서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축하 메세지가 이어진다. 포스팅한 글을 읽고 공감하는 독자들이 보내는 인사라 더 없이 반갑고 고맙다. 사위가 토요일 점심을 예약해놓았다기에 딸네 집에서 하룻밤 유하기로 한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구름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든다. 반가움이 넘친다.어찌 그리 식구를 알아보는지. 오랜만에 가도 반색을 하며 주변에서 맴돈다. 미물이지만 손주 맞잡이로 사랑스럽다. 대학 2년생인 외손녀가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난다.딸이 결혼 하고 5 년만에 들어선 아이다. 몇 십년만의 집안 경사라 온 식구들의 마스코트로 온갖 사랑을 다 받으며 자랐다. 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