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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춥지만은 않은

겨울이 춥지만은 않은조 은 미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비상 계엄 선포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정국 가운데 무안 공항의 제주항공기 참사는 더욱 비통하게 한다. 새해의 희망은 자취를 감추고 회색 우울과 불안이 온 나라를 뒤덮는다.주일 아침 현관을 여니 온 세상이 흰눈으로 덮였다. 순백의 순수로 덮인 세상이 마음까지 평화롭게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길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교회로 향한다.실타래처럼 얼켜 풀기 어려운 정국의 난제들이 흰눈 덮인 설경처럼 맑고 투명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지기를 염원해본다. 제법 눈이 많이 쌓옜다. 교회서 돌아오니 누군지 모를 천사가 그새 다녀갔다.마당 안까지 눈이 치워져있다.눈이 오면 낭만보다 눈치우는 현실이 버거운 독거 노인에 대한 동네 이웃의 따뜻한 배려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1.05

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

며느리가 차려준 아침상조 은 미 시대가 변하니 며느리가 차려주는 아침상을 받아본다는 게 세상에 없는 호강거리가 되었다.방 2개 짜리 아파트에서 방 3개 짜리 아파트로 늘려가더니 내 방 하나 따로 꾸며놓고 어머니 이젠 아무 때나 오시고 싶은 때 오셔서 주무시라며 현관 비밀 번호를 알려준다.새로 준비해 놓은 폭신한 이부자리에 녹색 커텐이 은은히 드리워진 방이 아늑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준비했는지 한 상 그득 차린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며느리의 정성에 코끝이 시큰해진다.오랜만에 식구가 둘러 앉아 먹는 식탁이 정겨운 대화로 생기롭다. 어머니 이젠 힘드셔서 못하신다고 올 구정 명절부터 차례는 이제 집도 넓으니 제가 지낸다고 임무 교대를 제안한다.어찌 그리 마음 씀이 엽엽하고 넉넉한지. 볼수록 사랑스럽..

친구

친구조은미 어깨 위 찬바람이 내리는어스름 저녁달빛 흐르는 공원 벤취에 앉아 따끈한 어묵 한 대접에돌돌 만 김밥으로 저녁을 대신하고 달빛따라 흐르는 무대의 음악 속에서로의 가슴이 되어마주보고 웃었지 캄캄한 세상에서 하늘만큼 외로울 때보름달이 되어 다가오는 너네가 있어 세상이 따뜻하고 환하구나 친구야 친구야 사랑하는 친구야세상 끝날까지 잡은 손 놓지말고오래 오래 함께 동행하자 누구도 우리를 끊을수 없어사랑하는 내 친구야사랑하는 내 좋은 친구야

영상자작시 2024.12.19

함께하는 행복

함께하는 행복 조은미 가을도 끝자락을 서성인다. 선혈을 토하듯 붉던 단풍잎도 어느새 낙엽으로 뒹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남은 잎새들이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오늘은 유명파크골프 동호회원들이 양양 구장으로 라운드를 가는 날이다.유년 시절 소풍 날 기디리듯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을 열며 집을 나선다. 묵안리 초롱이 둥지를 출발한 버스가 몇 군데 경유지를 들려 목적지로 향한다. 버스가 설 때마다 상큼한 새벽 바람의 신선함과 파안대소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회원들의 반가운 웃음 소리가 실내를 밝고 따뜻하게 채운다. 서로 마주 보게 통로 가운데에 탁자를 놓고 배치한 버스 좌석이 정감을 더한다. 임..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조 은 미 정원 중앙 반송 나무 밑에 초대하지 않은 풀들이 제 집처럼 버티고 있다. 여름 내 기 싸움하다 지쳐 태어난 팔자대로 살라고 손 털고 나앉았다. 풀 뽑은 자리에 어느새 연한 잎들이 또 다시 나붓이 고개를 쳐들고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인이 지나는 길에 집에 들렸다. "씀바귀가 지천이네" 하고 그 풀들을 가리킨다. "어머 저게 씀바귀야?" 깜짝 놀랐다. 그 귀한 것을 몰라보고 여름내 웬수 여만을 댔다니! 이름을 듣는 순간 천덕꾸러기에서 갑자기 귀빈으로 격상되었다. 계속 잎이 나왔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뿌리는 건드리지 않으려 한 잎 한 잎 소중하게 다루며 뜯었다. 한 소쿠리 실히 된다. 깨끗이 씻어 연한 소금물에 한나절 이상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적당히 쓴맛..

한가위 보름날만 같아라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 조 은 미 날마다 오는 같은 날들이지만 추석이라는 이름이 따라 붙으면 특별한 의미가 된다. 모두 명절 준비에 바쁘다. 이런 날 혼자만 한가하면 어쩐지 이방인 같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식구들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정해본다. 이것 저것 장을 보며 마음이 풍성해진다. 나박김치와 깻잎 오이 피클, 참외 김치는 미리 담가 두었다. LA 갈비와 꽃게 찜, 문어 숙회, 고추 잡채, 새우 호박전, 깻잎 전과 나물 두어 가지, 민어 구이, 송편까지 준비 하니 명절 기분이 든다. 앞으로 추석 음식을 몇 번이나 더 내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이들이 엄마 손 맛을 기억하며 그리워할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일하는 것도 즐겁고 신이 난다. 아침 일찍 "어머..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조은미 대학 동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깜박 눈을 떠 시계를 본다. 이제 겨우 4시 반을 넘기고있다 일어나기는 이른 시간이다 설레는 마음이 먼저 달린다. 카톡을 열어 참석자 명단을 훑어 보았다. 낯선 이름도 여럿 눈에 띄인다. 현관을 열고 뜨락에 내려서니 비가 부슬거린다. 모처럼 나들이에 비가 더 많이 오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동기 모임 중 매달 네째 화요일에 만나는 등산 모임이 있다. 무릎이 시원찮아 부러운 마음만 앞섰지 따라나설 엄두를 못냈다. 이번에 그런 친구들을 위해 평지를 걷는 금요 산책을 새로 기획해준 임원들의 배려가 고맙다. 미사 조정 경기장 둘레길을 도는 간단한 산책과 더불어 숲속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의 작은 야외 전시회도 함께 가질 예정이다. 내 시화도..

아버지

아버지 조 은 미 그의 허리는 나의 어깨였다. 세월 따라 얹히는 책임의 무게. 한 번도 힘든 내색이 없으셨다. 퇴적 되어가는 시간 속에 어느새 머리에는 흰눈이 내리고 허리는 점점 굽어간다 삶의 무게에 눌려 척추가 무너져 내리던 날 하반신은 마비되어 덜렁거리고 한평 침대가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이태를 사셨다. 그 강을 건너던 날 파리한 육쳬의 껍질만 남겨놓은 채 빙그레 미소 띤 얼굴로 훌훌 떠나셨다 가신 빈자리 메워지지 않는 허당 먹어도 허기가 진다 봄 바람은 부는데 시린 가슴은 무엇으로 데울까

영상자작시 2024.08.03

지하철 시 공모전 당선

까치밥 조 은미 아스라한 가지 끝 겨울 하늘 이고 홀로 남아 허기진 까치의 밥으로 선다 구순 아버지의 초점 잃은 눈 앙상한 손마디 칠순의 외딸이 까치밥 되어 아버지 곁을 다독이며 산다 [Web발신] [2024년 서울시 지하철 공모전] 시인시 선정작 발표 2024 서울시지하철 공모전 시인시 발표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제목이나 전화번호가 틀리면 문자 부탁드립니다. 담당자 : 이동원 010-5369-6225 까치밥 (사)국제펜한국본부 조은미 2024년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게시 위치는 별도 안내 예정이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2024년 서울시지하철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 감사합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 되었다고 오늘 메세지 받았네요. 2년 연속 당선 ㅎㅎㅎ 자랑하고 싶..

카테고리 없음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