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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행복

함께하는 행복 조은미 가을도 끝자락을 서성인다. 선혈을 토하듯 붉던 단풍잎도 어느새 낙엽으로 뒹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남은 잎새들이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오늘은 유명파크골프 동호회원들이 양양 구장으로 라운드를 가는 날이다.유년 시절 소풍 날 기디리듯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을 열며 집을 나선다. 묵안리 초롱이 둥지를 출발한 버스가 몇 군데 경유지를 들려 목적지로 향한다. 버스가 설 때마다 상큼한 새벽 바람의 신선함과 파안대소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버스에 오르는 회원들의 반가운 웃음 소리가 실내를 밝고 따뜻하게 채운다. 서로 마주 보게 통로 가운데에 탁자를 놓고 배치한 버스 좌석이 정감을 더한다. 임..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서로의 이름 안에 사는 의미 조 은 미 정원 중앙 반송 나무 밑에 초대하지 않은 풀들이 제 집처럼 버티고 있다. 여름 내 기 싸움하다 지쳐 태어난 팔자대로 살라고 손 털고 나앉았다. 풀 뽑은 자리에 어느새 연한 잎들이 또 다시 나붓이 고개를 쳐들고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인이 지나는 길에 집에 들렸다. "씀바귀가 지천이네" 하고 그 풀들을 가리킨다. "어머 저게 씀바귀야?" 깜짝 놀랐다. 그 귀한 것을 몰라보고 여름내 웬수 여만을 댔다니! 이름을 듣는 순간 천덕꾸러기에서 갑자기 귀빈으로 격상되었다. 계속 잎이 나왔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뿌리는 건드리지 않으려 한 잎 한 잎 소중하게 다루며 뜯었다. 한 소쿠리 실히 된다. 깨끗이 씻어 연한 소금물에 한나절 이상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적당히 쓴맛..

한가위 보름날만 같아라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 조 은 미 날마다 오는 같은 날들이지만 추석이라는 이름이 따라 붙으면 특별한 의미가 된다. 모두 명절 준비에 바쁘다. 이런 날 혼자만 한가하면 어쩐지 이방인 같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식구들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정해본다. 이것 저것 장을 보며 마음이 풍성해진다. 나박김치와 깻잎 오이 피클, 참외 김치는 미리 담가 두었다. LA 갈비와 꽃게 찜, 문어 숙회, 고추 잡채, 새우 호박전, 깻잎 전과 나물 두어 가지, 민어 구이, 송편까지 준비 하니 명절 기분이 든다. 앞으로 추석 음식을 몇 번이나 더 내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이들이 엄마 손 맛을 기억하며 그리워할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일하는 것도 즐겁고 신이 난다. 아침 일찍 "어머..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웃음이 머무는 언저리 조은미 대학 동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깜박 눈을 떠 시계를 본다. 이제 겨우 4시 반을 넘기고있다 일어나기는 이른 시간이다 설레는 마음이 먼저 달린다. 카톡을 열어 참석자 명단을 훑어 보았다. 낯선 이름도 여럿 눈에 띄인다. 현관을 열고 뜨락에 내려서니 비가 부슬거린다. 모처럼 나들이에 비가 더 많이 오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동기 모임 중 매달 네째 화요일에 만나는 등산 모임이 있다. 무릎이 시원찮아 부러운 마음만 앞섰지 따라나설 엄두를 못냈다. 이번에 그런 친구들을 위해 평지를 걷는 금요 산책을 새로 기획해준 임원들의 배려가 고맙다. 미사 조정 경기장 둘레길을 도는 간단한 산책과 더불어 숲속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의 작은 야외 전시회도 함께 가질 예정이다. 내 시화도..

아버지

아버지 조 은 미 그의 허리는 나의 어깨였다. 세월 따라 얹히는 책임의 무게. 한 번도 힘든 내색이 없으셨다. 퇴적 되어가는 시간 속에 어느새 머리에는 흰눈이 내리고 허리는 점점 굽어간다 삶의 무게에 눌려 척추가 무너져 내리던 날 하반신은 마비되어 덜렁거리고 한평 침대가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이태를 사셨다. 그 강을 건너던 날 파리한 육쳬의 껍질만 남겨놓은 채 빙그레 미소 띤 얼굴로 훌훌 떠나셨다 가신 빈자리 메워지지 않는 허당 먹어도 허기가 진다 봄 바람은 부는데 시린 가슴은 무엇으로 데울까

영상자작시 2024.08.03

지하철 시 공모전 당선

까치밥 조 은미 아스라한 가지 끝 겨울 하늘 이고 홀로 남아 허기진 까치의 밥으로 선다 구순 아버지의 초점 잃은 눈 앙상한 손마디 칠순의 외딸이 까치밥 되어 아버지 곁을 다독이며 산다 [Web발신] [2024년 서울시 지하철 공모전] 시인시 선정작 발표 2024 서울시지하철 공모전 시인시 발표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제목이나 전화번호가 틀리면 문자 부탁드립니다. 담당자 : 이동원 010-5369-6225 까치밥 (사)국제펜한국본부 조은미 2024년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 게시 위치는 별도 안내 예정이오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2024년 서울시지하철 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 감사합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 되었다고 오늘 메세지 받았네요. 2년 연속 당선 ㅎㅎㅎ 자랑하고 싶..

카테고리 없음 2024.07.31

여성 상위 허와 실

여성 상위 허와 실 조 은 미 아직 장마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생색내듯 햇볕이 반짝 난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가운 걸 보니 어지간히 더울 모양이다. 온통 눅눅했던 거실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불러들인다. 폭염 주의보가 떴다. 일찌감치 밖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뒹굴기로 한다. 이런 날은 무언가 특별한 음식이 땡긴다. 유투브를 뒤적이니 먹음직스런 호박 구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며칠 전 이웃에서 준 호박이 생각났다.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을 처리할 겸 호박 구이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가지, 피망 양파, 청양고추, 햄, 맛살, 파등 있는재료를 모아 송송 썰고 두부도 물기를 짜 으깬 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 후추 간을 해서 함께 볶는다. 호박은 반을 갈라 속을 파내고 배 모양을 만든다. 소금 한 ..

열매 없는 나무

열매 없는 나무 조 은 미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뜨락을 내려선다. 안개가 산허리에 걸렸다.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듯 신비함이 감돈다. 숨이 멎을 듯햔 선경에 취한다. 뉘라서 이리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런 환경을 값없이 누리게 하시는 그분께 진심으로 경이감과 감사가 솟는다. 아직 비는 부슬 거린다. 어젯 밤에도 바람이란 녀석 꾀나 해살을 놓았나 보다. 얼치기 농부를 만나 약 한 번 안쳐준 살구 나무에 그래도 용케 몇 알 달려 버티고 있더니 간밤 비바람에 그예 땅에 떨어져 널브러져 있다.. 제법 노랗게 익었다. 그나마 다른 해는 익기도 전에 다 떨어져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땅에 떨어진 것이지만 익은 살구를 처음 보는터라 반가웠다. 얼른 한 입 깨물어 보니 달달하고 새콤한 맛이 얼마나 ..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조 은 미 장맛비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봄비처럼 보슬 보슬 내린다. 장맛비라면 으례히 주야장천 주룩주룩 쏟아지며 제발 그만 왔으면 하고 진저리를 칠만큼 내렸었는데 요즘은 순한 양이 되어 제법 귀염을 떤다. 간간히 쉬어가며 햇빛이 반짝 나기도하고 선선한 바람을 선사하는 아량까지 베푸니 숨겨진 속내를 알 수가 없다. 흐린 하늘이 언제 토라질지? 그네에 흔들리며 아리송한 회색지대에서 어정쩡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해본다. 파크 골프 치느라 소홀했던 텃밭을 돌아보기로 한다. 주인 발소리가 뜸해진 틈을 타 풀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촉촉해진 땅에 그악을 떨던 풀들이 얼마나 잘 뽑히는지. 한바탕 손끝이 자나간 자리엔 토마토, 가지, 고추가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며 허리를 편다. 화분에 ..

미역전을 부치며

미역전을 부치며 조 은 미 연일 비가 오락가락 한다. 이런 날 시간 보내기가 제일 어정쩡 하다. 잠깐 날이 개이는 듯 하여 파크 골프 연습장으로 향한다. 두어 바퀴나 돌았을까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냥 맞고 싶을 만큼 보드랍고 차가운 감촉이 자못 매혹적이다. 감기들까 후환이 두려워 옷자락을 붙잡는 유혹을 뿌리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가 올린 카톡에 눈길이 머문다. 미역전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맛 있단다. 여러 재료로 전을 부쳐보았지만 미역으로 전을 부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증으로 당장 미역 몇줄기를 물에 담궈 불린다. 불린 미역 송송 썰고 양파, 당근 채쳐 넣고 빨간 청양고추 송송 썰어 부침가루 반죽에 부쳐보았다. 노릇노릇 구운 전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