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33

6더불어, 함께

더불어, 함께조 은 미 새벽 5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나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성경 읽고 큐티하고 영어 공부하고 글 좀 쓰다보면 조반을 건너뛰기 일수다.오늘은 9시에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다.진득하게 앉아 글 쓸 시간이 없다. 누룽지 한 술 끓여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서둘러 나선다. 숨이 턱에 닿는다. 집에서 차로 15분쯤 거리에 엄소리 마을 회관이 있다. 평균 70대의 노인들이 일주일에 2번씩 모여 하모니카를 부는 동호회이다. 10여 년 이상 꾸준히 이어온 모임이라 수준이 상당하다. 면에서는 실버 연주단으로 인기가 있다. 마을 행사에 단골로 초청받기도 하고 요양원에 봉사도 다닌다. 80이 넘은 어르신들이 음정, 박자를 지켜 정확히 연주하는 걸 보면 끈기가 놀랍다..

손조은미 세수를 하다 무심코 손을 본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 인지 손이 꺼칠해졌다. 윤기가 흐르며 촉촉하던 손이 수분과 기름기가 빠져나가 쭈글거린다. 손등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영낙없는 할머니 손이다. 연식이 오래 되었음을 손을 통해 실감한다.손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일생이 짐작된다.거친 일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오른 손 중지는 굳은 살이 박혀 단단하다. 아무래도 평생 책상물림을 벗어나지 못 한 탓이리라. 손마다가 툭툭 불거져 주먹이 쥐어지지 않고 손바닥이 갈라져 뺨을 보듬어줄 때도 까실함이 느껴지던 친정 엄마 손바닥의 촉감이 애잔하게 가슴에 얹힌다. 세수할 때 비누를 칠해 양손을 비비며 손과 얼굴을 닦아주시던 아버지의 부드럽던 손의 감촉은 칠십 중반이 되는..

이것 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는 손길이 친정 엄마처럼 푸근하다. 곱셈의 기적

곱셈의 기적조 은 미 모처럼 서울에 왔다, 온김에 볼일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루 해가 짧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지만 익숙했던 도시의 공기는 또 다른 편안함이 있다. 무료 전철 카드 한 장이면 아무데고 갈수 있는 편리함과 가는 곳 마다 깨끗한 화장실, 하다 못해 붐비는 거리의 분주함까지도 정겹다. 약속이 하루 걸러 며칠간 걸쳐있다. 집에 다녀오기도 어중띠다.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사나흘 묵어가야겠다 마음 먹는다. 오십 년 지기 대학동창들과 추억이 깃든 을지로 3가 안동장에서 만났다. 안동장의 짜짱면은 그 시절 그 맛이다. 여전히 사람으로 붐빈다. 세월의 무게만큼 곰삭은 우정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 안에 산다. 꽃띠에 만나 할매들이 다 되었지만..

친정 나들이

친정 나들이조은미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나선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무남독녀인 나에게 친정이 딱히 있을리 없지만 심정적으로 친정처럼 푸근하고 편안한 곳이 있다. 바로 계간문예이다. 내가 속해있는 문학 단체가 여러군데 있지만 계간문예에 유독 마음이 간다.아무 때 가도 반갑고 격의 없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 그런 이면에는 정종명 빌행인의 따뜻햐고펀안한 인간미와 차윤옥 편집장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알뜰히 챙겨주는 관심과 열정이 큰 몫을 차지하지않았나 싶다.그런 펀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계간문예 회윈들을 끈끈하게 묶는 유대감이 된다.식구들을 본지 오래되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진다. 오늘은 작년 결산 보고와 당면 현안들을 통과시키고 새로운 회장단을 추인하는 총회및 이..

깜짝 선물

깜짝 선물 조 은 미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다. 어린 시절 대보름은 큰 명절로 동네가 왁자지껄 활기가 넘쳤었다. 우리 동네는 지난 주말 마을 분들이 다 모여 미리 오곡밥과 묵나물 잔치를 한 터라 정작 보름날은 조용하다.아침부터 눈이 시나브로 내린다. 눈 오는 날은꼼짝 없이 집에 갇힌다. 올해는 눈이 유난히 많이 왔다. 사흘 돌이로 미쳐 녹을 사이가 없이 또 쌓인다. 하염없이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망중한에 젖는다.눈이 쌓이는 풍경은 낭만적이고 허허롭다. 이름붙은 날 혼자 있다는 건 좀 쓸쓸하고 적막한 일이다. 핸드폰 알림이 정적을 깬다. 택배 도착 알림 문자이다. 누가 보냈을까? 서둘러 택배 집하소로 향한다. 제법 큰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아는 동생이 보낸 택배였다..

목적이 이끄는 삶

목적이 이끄는 삶조 은 미 주방 뒷배란다에 과일을 꺼내러 나갔다. 뭔가 검은 비닐 봉지에 싸인 묵직한 것이 발에 걸린다.뭘까? 하고 열어보니 가을에 밭에서 거둔 무 하나가 남아 추위에 오롯이 떨고 있다. 한 꼬집 뿌린 무씨가 댓개 남짓 싹이 나왔다. 별로 가끌 것도 없어 자라는대로 내버려두었다. 햇살 받으며 제절로 크더니 뿌리가 제법 실하게 굵었다. 소홀했던 무심함이 미안하고 염치는 없었지만 가을 내내 밥상에 올라 요긴한 찬거리가 되었다. 무심코 발에 채이는 녀석을 보고 이제서야 먹다 놓친 녀석이 생각났다. 깜박 잊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용케 썩지 않고 버텨준 생명력이 대견하다. 오늘은 장례식이나 제대로 치러줘 한을 달래주기로 한다. 우선 뿌리와 잔털을 잘라 수세..

3보약

보약조은미 오늘은 파크장에서 멧돼지 바베큐가 예약되어 있다. 급히 나가느라 빈 속에 한 줌이나 되는 약과 영양제를 한 입에 털어넣었다. 바베큐 화로와 숯, 그외 필요한 도구를 갖춰 서둘러 집을 나선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급기야 속이 뒤틀리며 금방이라도 구토가 날 것 같고 어지럽다. 사람이 어찌 그리 미련스러울까 ? 빈속에 약을 그리 한꺼번에 털어 넣었으니 온전한 것이 이상할 일이다. 입으로는 아무 때 부르셔도 '아멘' 하고 간다고 수도 없이 되뇌이지만 막상 좋다는 영양제는 이것 저것 사들이는 이율배반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집에 있는 영양제나 영양보조식품이 손가락으로 꼽으면 10가지 이상은 될 듯 하다. 말대로 효능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이 ..

선의의 경쟁이 주는 활력

선의의 경쟁이 주는 활력조 은 미 내 하루의 일과 중에 영어 공부를 빼놓을수 없다. 어디 가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혼자 습관처럼 꾸준히 놓지 않고 곁을 주고 산다.그 덕분에 미국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외국인을 만나면 통성명을 하고 일상대화를 나눌정도는 된다. 처음엔 영어 성경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 장을 읽는데 수도 없이 사전을 찾아가며 노트에 새로 나온 단어를 적고 외우면서 공부했다. 점점 사전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온갖 사건이 다 나와 있는 성경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어휘가 풍부해졌다. 듣기는 영어 큐티를 하며 익혔다. 들릴 때까지 반복하며 들었다. 조금씩 귀가 트였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외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아무리 공부해도 연습해볼 상대가 없으면 쉽게 늘지..

스탠드 사랑

스탠드 사랑조 은 미 메뚜기도 한 철이라더니 요즘 내가 글신이 내렸는지 앉기만하면 쓸거리가 생각나니 참 신기한 일이다.오늘은 침대 옆 스탠드를 보며 뭔가 써봐야되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런데 야속하게 스탠드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한참을 끙끙대다 그래도 친구 중 제일 영민하여 아직 그렇게 낡아보이지 않는 동창에게 안부삼아 전화를 했다. 반색을 하며 반기는 그녀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침대 옆 탁자 위에 놓는 전등을 뭐라하지?" 뜬끔없는 질문에 황당했는지 서너개 이름을 대며 헛다리를 짚더니 급기야 스탠드? 하고 묻는다. 바로 그거였다. 스탠드라는 말이 그렇게도 생각이 안났는지.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그러고도 글을 쓰고 있다는 현실이 대견스럽긴 하다. 내 침대 옆에 지인이 ..

같이, 따로

같이, 따로조 은 미 며칠 강추위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호기 부리고 파크장에 나갔다가 동장군 위세에 눌려 일단 항복하고 일찍 집에 돌어왔다.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걸렀다. 계란 몇알을 꺼내 삶는다. 10 분정도 기다리면 잘 익은 완숙이 된다. 계란 삶아주는 신통한 녀석이 있다. 물에 삶으면 더러 갈라져 흰자가 껍질 사이로 삐져나와 실패하기 일수이다. 요녀석은 물을 조금 붓고 스위치 시간 맞춰 돌려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한알도 실패가 없다. 간단히 시장기를 때우는 데는 계란이 최고다. 영양가도 있고 맛도 좋다. 간단히 허기도 면해준다. 어린 시절 소풍갈 때 엄마가 싸주시던 찐계란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계란이 농촌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던 시절 평소에 계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