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작시

어떤 이별

조은미시인 2018. 11. 26. 08:00

 

어떤 이별

조은미

 

오실 때도 가만히 오시더니

가실 때도 소리 없이 가십니까

 

늘 함께여서 이별은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들어간 허리를 보고서야 당신이 떠난 줄 알았습니다

 

말은 않했지만 늘 당신에게서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큰 고통인지요

 

때로 단식 투쟁도 해보고 당신을 떼버리려 산도 오르고 부지런히 혼자 걸으며 도망도 쳐보았지만 당신의 짝사랑은 끝날 줄 모르더니 나이 드니 그 불같던 사랑도 식었는지요

 

미운 정도 정이라고

전 이제서야 포기하고 당신과의 동거에 막 익숙해지려 하는데

그러나 가신다니 눈물 흘리지 않으렵니다

당신은 또 누군가 당신의 짝사랑을 찾겠지요

짝사랑은 영원한 당신의 운명일테니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고 편히 가소서

그래도 이세상 마지막 가는 날 기력이 쇠잔하여 앙상한 몰골만 남아 죽음의 그림자가 덮을 때 당신을 그리워 할런지도 모르겠지요

 

안녕

나의 뱃살이여 영원히 안녕

가던 길 돌아보지 마시고 고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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