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계고장
조 은 미
멋모르고 시작한 동거
사람이 죽어나가는 살얼음판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네요.
당신한테 의지해서
코 막고 재갈 물리고
숨도 못쉬고 산 시간들
당신 몸 값이 한창 비싸던 때
당신을 차지하려
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당신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고 안심이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당신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어요
하이칼라 아스트로제네카가
내 맘을 뺐네요
시절 쫓아 변하는 여자 마음
너무 허물 마시고
나를 고만 놓아주세요.
우리 이혼 합시다
저는 제 갈 길 가렵니다
법원 판결 나기 전
몇 달간 숙려 기간 준다니
옛 정 생각해 그동안은 참아 줄께요.
마스크여 이별일랑 너무 서러워 말아요.
헤어짐이 아픔만은 아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