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푸지게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명절 뒤끝이 찌뿌득하니 피곤한 걸 보면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초등학교 동창 단톡에 재난 지원금 받은 것으로 커피를 쏜다는 친구의 번팅 초대에 몸도 움직일 겸 모처림의 호의가 고마와 불문곡직 나선다.
밥은 물론 커피까지 쏜다는 친구의 선심에 코다리 찜으로 맛난 점심을 먹고 공방을 겸한 카페에서 느긋하게 카페라떼까지 대접받으며 재난 지원금 호사를 덩달아 누린다. 베푸는 마음이 여유롭고 고맙다.
나라 빚이 1000조가 넘어간다는데
나중엔 삼수갑산을 갈망정 세금낸 돈으로 제 닭 잡아 먹으며 코앞의 진상에 도끼 자루 썪는 줄도 모르고 입이 벌어지는 속물 근성에 모두 중독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25만원에 까딱하다가 화천대유 만세 하고 머리 조아리며 영혼까지 넘겨주는 덫에 걸리지 않도록 진작 찬물 먹고 모두 정신부터 차려야 될터인데!
망국으로 가는 공짜의 단맛에 길들여져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시 질서를 세우기가 조련치 않으리라 싶어 걱정이 앞선다.
각박한 때 그나마 서로 인심을 나눌수 있는 여유와 지역 경제에 조금은 활력이 되지않을까 싶은 긍정적인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일회성 푼돈 선심으로 건실하지 못한 국기 재정을 회생불능의 불구로 만들어서야 쓰겠는가?
긴급히 처리되어야할 공적 자금도 많을텐데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그 짐이 누구의 몫이 될까?
오래지 않아 우리의 목을 짓누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화원에 줄지어 늘어선 노란 국화에 눈길이 꽂힌다.
2만 6천원에 한 아름 가을을 흥정해 모셔온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의 앞 뜨락에 정성껏 옮겨 심고 물을 준다.
가을 내내 내 집 앞을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것을 생각하니 볼수록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내 뜨락에 붙잡힌 가을! 땅에 뿌리 내리고해마다 더 풍성히 자라가겠지.
먹고 마셔서 없어지는 일회성 선심이 아니라 계속 가슴에 가을을 안을 수 있는 생산적인 일에 투자를 하는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그런 지혜로운 지도자는 어디 없으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