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 (제주살이 이틀째)
조 은 미
밤새 우는 바람 소리가 쉽게 잠을 못 이루게 한다.
한 쪽 내 창이 없어서인지 찬 바람이 솔솔 파고든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한 게 감기 기운마저 느껴진다.
다행히 호스트 분과 통화되어 친절하게도 2층 객실로 바꿔주신다.
와우! 반듯한 게 3층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공간에 창도 크지 않아 아늑하고 한 층이라도 덜 올라가니 대박이다. 방을 바꾸고 나니 비로소 심신이 안정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하는 것은 실상 큰 것에 있지 아니 한다.
작은 배려, 작은 무관심에 정도 나고 의도 갈라진다. 호스트님의 흔쾌한 배려가 모든 불평과 불만을 잠재우고 어지간한 것은 이해하고 참아넘기게 되고 감사함이 자리 잡는다.
새로움에 조금씩 적응하며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미있고 활기가 느껴진다.
하나로 마트에서 신접살림 꾸리듯 대충 필요한 것을 장을 보고 나니 이제 제법 살림에 틀이 잡혀 사람 사는 집 꼴을 갖춰간다.
점심은 나가서 먹더라도 아침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면 되니 비용면에서도 절감되고 여자 둘이 솥뚜껑 운전수 몇십 년에 이만 일이 대술까?
집에 오는 길에 한림 성당에 들려본다.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이 서 있는 참으로 아담하고 예쁜 성당이다.
점심은 집에서 김밥으로 간딘히 때우고 도보 5분 정도 거리의 협제 해변에 산책을 나선다.
코발트빛의 은모래가 하얗게 깔린 협제 해변!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가 흰빛 거품을 토하며 춤을 추고 있다.
세상에 바다색이 이렇듯 맑고 고울 수가 있을까!
창조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끝없이 넓은 바다와 시원한 갯 바람에 속이 뻥 뚫린다.
지척의 거리에 바다가 있고 주변의 상권이 잘 형성되어 편리하고 자연 경관이 이리 아름다우니 한 달 살기 체류지로 정말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저녁엔 맛난 순두부찌개를 뽀글뽀글 끓이고
반찬 몇가지를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낙 중에 먹는 낙도 한 몫 한다.
입에 짝짝 붙는 맛이 얼마나 맛나던지!
아 이 행복함이여.
마주 보며 웃는 웃음 속에 행복이 씹힌다.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어 주시는 분!
오늘도 감사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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