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이기풍 선교 기념관 ,정난주 성당, 새별 오름,이호태우 해변, 알작지왓 몽돌 해변 ( 제주 한 달 살이 스무하루째)

조은미시인 2021. 11. 21. 21:39











































이기풍 선교 기념관 ,정난주 성당, 새별 오름,이호태우 해변, 알작지왓 몽돌 해변 ( 제주 한 달 살이 스무하루째)

조 은 미

어느새 제주 한 달 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강화도에서 빈티지박스 팬션을 운영하는 친구의 부군께서 바쁜 와중에도 선선히 친구의 제주도 행을 허락해주신 덕에 이리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마나님 잘 빌려준 고마운 보답으로 5일간 두 부부가 제주도에서 멋진 시간을 가지시라고 25일 나는 먼저 서울로 돌아오고 친구는 남편과 함께 한 달을 채우고 올라 오기로 했다. 오늘은 제주서 보내는 마지막 주일이라 가까운 도보 5분 거리의 협재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100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교회였다. 제주도 최초의 목사님 이셨던 이도중 목사님과도 관련이 있는 교회라 더 반가웠다.
이도중 목사님께서는 신사 참배 반대 운동을 하시고 일제에 맞서 조봉호 애국 지사와 함께 제주 지역 3.1 독립 운동을 주도하시고 군자금을 모금하여 상해 임시 정부에 보낸 혐의로 옥고를 치르시기도 하셨다. 석방 후 제주도에서 순회 목회를 하시던 중 4.3 사태 때 폭도들에게 붙잡혀 생매장 당해 순교하신 목사님 이시다. 순교하시는 순간까지 담대하게 믿음을 지키셨던 목사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 온다. 내친김에 우리나라 최초의 목사님이셨던 모슬포 제일 교회의 이기풍 선교기념관을 찾았다. 자료가 빈약하긴 했지만 어려움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키며 순교하셨던 분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분들의 피의 희생 위에 오늘 날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개 무량하고 감사가 넘친다.

카톨릭 신자인 친구는 정난주 성당을 가보고 싶다해서 외도 1동에 있는 정난주 성당을 함께 둘러본다. 신유 박해 때 순교하셨던 황사영의 아내이신 정난주 마리아 님은 제주도 귀양 길에 아드님을 살리기 위해 추자도 바위에 떼어놓고 오셔서 관비로 계시며 돌아가실 때까지 신앙을 지키며 사셨다 한다.
아드님을 길에 떼어놓고 오시는 심정이 어땠을까? 죽음 앞에서도 굳건히 신앙을 치키셨던 분들의 숨결을 가까이 느끼며 내 믿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지게 된다.

오는 길에 음력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들불 축제로 유명한 애월읍 봉성리의 새별 오름을 찾는다. 서부 중산간 오름 지대중 으뜸 가는 서부의 대표적 오름으로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519 m의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경사가 급하고 정상까지 오르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온 산이 억새로 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교회 다녀오느라 정장 차림이기도 하고 정상까지 오르기는 무릎도 겁이 나 아래서 보는 걸로 만족하고 말 등대로 유명한 이호태우 해변으로 방향을 튼다.
제주도 해변은 어쩜 같은 바다라도 그렇게 다양한 모습인지! 해변마다 특별한 특색이 있어 지루하지가 않고 해변을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 하다.
말 모양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해수욕 철이 지나 빈 바다가 더 넓어 보인다.
파도에 씻겨 맨살을 드러낸 촉촉한 모래 해변을 걸어본다. 발자국이 뒤 따라 온다. 석양에 노을지는 하늘 빛이 곱다.
가까이 몽돌 해안인 내도동 알작지왓을 함께 돌아본다.
어디를 돌아보나 아름다운 제주!
그새 정이 들어 떠나려니 아쉽다.
먼저 간다고 친구가 송별회 겸 한 턱 쏜단다. 엄마처럼 챙겨주는 친구의 넉넉함에 가슴이 찡해 온다.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인 내 친구!
이런 친구를 곁에 붙여주신 참 좋으신 하나님!
오늘도 그분에 대한 감사로 두 손을 모으며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