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쉬어 가기 (제주도 한 달 살이 스무이틀째)조 은 미

조은미시인 2021. 11. 22. 20:37


쉬어 가기 (제주도 한 달 살이 스무이틀째)
조 은 미

밤새 바람이 무섭게 분다.
바람 소리가 무슨 신음 소리처럼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리 센 바람 소리를 제주도 와서도 처음 듣는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람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날씨도 얼마나 추운지 도저히 밖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행 떠나온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몸을 굴렸더니
슬슬 몸에도 이상 신호가 느껴져 오늘은 만사를 제쳐두고 집에서 쉬기로 한다.
모처럼 방에서 뒹굴거리니 얼마나 행복한지! 휴식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누적된 피로감에 잠이 끝도 없이 쏟이진다. 날씨까지도 주관하셔서 억지로라도 쉬게 하시는 사랑과 은혜에 감사한다.
내일은 트렁크도 미리 부치려고 옷도 이 삼일 꼭 필요한 것만 배낭에 따로 담아 챙기고 짐을 싸 패킹을 마친다.

20여 일이 꿈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간 머물렀던 제주도 생활을 돌아보니 은혜 아닌 것이 없다.
이것 저것 따져보면 도저히 함께 떠나올 형편이 안되는 친구가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친구와 둘이 간다고 했을 때 주변 분들이 다 염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 역시 막상 한 방에서 한 달을 같이 지내며 서로 불편하고 마음 상해 좋던 사이에 금이나 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떠나올 때보다 더 믿음과 사랑이 깊어져 돌아갈 수 있어 얼미나 고맙고 감사한지!
내 인생에 가장 좋은 선물을 보너스로 받은 느낌이다.
살면서 어떤 경우나 내 일처럼 마음을 함께 할수 있는 진정한 벗 하나 얻으면 그 보다 더 귀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서로 사랑으로 배려하고 끝까지 아름답게 동행할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짝꿍을 해주었던 친구에게 마음 깊이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여행 중에 친구와 더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귀한 축복 이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한 번도 이리 하겠다는 계획이 없이 기도하며 하루를 온전히 맡기고 나서면 어디건 최상의 곳으로 인도하시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골고루 볼 곳을 보게 하시며 매일 매일 만족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지나게 하신 은혜에 감사가 넘친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창조의 놀라운 신비를 경함하게 하시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하셨던 사랑에도 감사한다.
편안하게 머물수 있었던 숙소의 친절한 호스트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잔잔한 하루의 일상을 열심히 관심있게 읽어 주시고 격려를 해주셨던 Sns 모든 벗님들께도 아울러 감사를 드린다.

이번 여행을 통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더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무엇이든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마음이 더 젊어짐을 느낀다.
늙는다는 것은 육체가 늙어 가는 연약함이 이나라 어떤 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없어지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져 마음이 늙어 가는 것이리라.

여행은 참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깨닫게 한다. 제주 한달 살이를 마무리 하며 더욱 활기 있게 생기 있는 모습으로 살아갈 내 모습을 그려본다.
살아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늘 나를 사랑하고 자족하며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자.
선한 영향럭을 끼치며 밝은 기운으로 내 주변을 채우며 살자.

저녁엔 얼큰한 고추장을 풀어 뜨끈한 김치 털레기 수제비를 끓였다.
얼마나 맛나던지!
호호 불며 맛나게 먹는 두 여인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남은 이틀은 아름다운 협재 해변에서 그야말로 멍 때리며 쉬다 가리라 마음 먹는다.
제주도 여행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그동안 응원해주시며 함께 제주 여행을 해주셨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개별로 전달드리던 것은 당분간 쉬도록 하겠습니다. 늘 강건하시고 행복한 날들 지내시기를 기원드리며 페북이나 카스, 블로그에서 다시 뵙게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