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색 , 그 조화로움
조 은 미
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단조롭고 단순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 마음도 몸도 느긋하고 여유롭다.
늘 바쁘게 쫓기며 살던 도시 생활의 분주함에 비해 나를 돌아보고 나와 더 친해질 수 있는 한가로움이 삶을 넉넉하고 편안하게 한다.
어느새 옷차림까지도 달라졌다. 전에는 드레시 하고 좀은 화려한 여성적인 정장을 선호했다. 이곳에서는 만고에 그런 옷을 떨쳐입고 나다닐 일이 없다. 편안하고 케쥬얼한 바지와 티셔츠면 족하다. 평소에는 쉽게 때가 타고 곧 변색 되어 금방 추레해질까 겁나서 흰 바지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옷 색깔의 취향이 나도 모르게 흰 색을 선호하게 된다. 좀 더러워지면 빨면 되지. 쉽게 변색되면 또 하나 사 입지 싶어 금기의 벽을 허문다. 흰 바지를 사서 입어보니 세상 편하고 좋다. 어떤 색을 입어도 어울리니 옷 입기도 쉽고 단정하고 깔끔해 보인다. 생각만큼 쉽게 때가 타지도 않고 또 때가 타고 오물이 묻은들 어떠라 싶은 너그로움이 자주 흰 바지를 입게한다. 흰 색은 어니서나 조화를 이룬다.
울타리에 장미꽃이 한창이다. 흐드러진 빨강의 화려함 속에 군데군데 핀 흰장미가 지나친 화려함을 눌러 다독이며
더 깊이 있는 아름 다움을 만든다.
아무 색이 없는 듯 해도 흰색은 어디서나 개성을 지니면서 튀지않고 주변과 하모니를 이루며 더불어 빛나게한다. 어느 색이나 포용하고 넉넉하다. 흰색이 들어가야 꽃들도 화려함의 경박함이 순화되고 고급스러워진다. 나이테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흰색으로 사는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순수하고 너그럽고 어디서나 조화를 이루는 넉넉함으로 서고 싶다. 내 미음에도 흰 바지 하나 입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