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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시어머니의 행복

조은미시인 2025. 2. 1. 10:57

간 큰 시어머니의 행복
조 은 미





며칠 연이어 쌓인 눈으로 경계가 허물어진 들판이 더없이 허허롭다.마당에 쌓인 눈을 쓸 엄두가 안나 그대로 눈에 갇혀  섬이 된다. 창을 통해 펼쳐지는 한폭의 동양화에 심취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문까지 눈길이 뚫렸다. 누군가 모를 이웃의 넉넉한 인심의 손끝이 지나간 자리에 감사와 감동이 솟는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사람이 모여사는 동네. 따스함이 겨울을 녹인다.

어느새 명절 연휴가 끝나간다.
이번 설은  정말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냈다.
며느리가 올해부터 어머니  힘드시니 명절 차례를 저희 집에서 지내자고 임무 교대를 자청하고 나서줘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차례 음식을 따로 차리지는 않지만 모처럼 딸네 식구랑 한자리 모이니 가족들 먹을거리 장만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인데  힘든 내색도 없이 즐겁게 일하는 며느리가  참으로 사랑 스럽다. 딸도 전날 시댁 가는 길에 들려 불고기랑 빈대떡, 과일, 직접 만든 디저트로  애플 파이까지 미리 챙겨주고  며느리도 위가 않좋은 시누이를 위해 좋다는 생약을 준비해 전해주는 우애를 보며  흐믓해진다.  시누이 올케 간에 진심어린 정을 주고 받는 모습만큼 부모를 흡족하고 즐겁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아들 너 장가 참 잘 갔다."  웃으며 던지는 농담에 아들 입가에도 빙그레 미소가 벙근다. 이틀 밤을 아들집에서 보내며 내집 같은 편안함을 누린다. 아들 집에서 자는 것이 당당하던 일상이  어느새 간 큰 시어머니의 특별함으로 변해버린 세대에  그 특혜를 누리는 상위 몇 퍼센트의 축복 받은 노후의 삶이 고맙고 감사하다. 며늘아 수고 많았다. 덕분에 최고로  편안한 명절 보냈구나. 고맙고 사랑한다. 뜨락에 핀 눈 꽃이 더 없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