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귀먹은 양'展 연장 전시… 운보 김기창, 聖畵를 풍속화로 그려
침묵(沈默)이 남기는 여운(餘韻)은 더 깊은 모양이다. 일곱 살 때 장티푸스에 걸려 세상의 소리를 잃은 화가 운보(雲甫) 김기창(1913~ 2001·사진)의 탄생 백주년 기념전 '예수와 귀먹은 양'이 두 달 더 연장돼 관람객을 찾는다. 당초 이달 말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운보의 '소리 없는 세계'에 매료된 관객의 성원에
3월 1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내 두 귀를 꽉 막아버린 거야." 스승이 호방하게 웃으며 글로 내뱉던 이 말을 생생히 떠올렸다. "농담 속에도 늘 예수님을 두셨던 신심(信心)깊으신 분이셨지요." '예수의 생애(1952~1953)' 시리즈는 운보의 대표작 중 하나로, 어려서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교회를 다녔던 그가 그림으로 그린 신앙 고백이다. '수태고지' '아기 예수의 탄생' '부활' '승천' 등 성경 30가지 장면을 추려내 만든 성화(聖�) 연작"(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이란 점, "예수의 일대기를 조선시대 풍속화로 굴절시킨 작품"(미술평론가 오광수)이란 점에서 예술사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걸작이다. 그냥 보면 성경의 장면인지, 전래동화의 한 장면인지 분간이 안 된다. 배경은 조선시대의 토속적인 향리 풍경이고, 등장인물도 죄다 한복 차림이다. 예수는 아예 도포 입고 갓 쓴 선비로 재탄생됐다. '수태고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성스러운 자를 잉태했음을 알리는 장면이다. 서양 성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천사 대신 '선녀와 나무꾼'에 나올 법한 선녀가 나온다. 신윤복의 풍속화를 보듯 해학이 넘치고, 한없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은 왼쪽에 천사가, 오른쪽에 성모 마리아가 앉아 있는 전통적인 서양 성화의 도상(圖像)을 따르면서 구성 요소는 한국화한 것이다.
예수의 생애는 운보가 6·25 때 피란 갔던 군산 구암동(부인인 화가 박래현의 고향)에서 그렸다.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상황은 2000년 전 팔레스타인의 예수가 처했던 수난(受難)과 다를 것 없다는 인식이 예수 일대기의 작화 동기였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수의 생애 30점 전작이 한자리에서 전시되는 건 지난 2002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운보 1주기 회고전 이래 11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바위산을 뚫고 지중(地中)에 만든 미술관의 독특한 구조 덕에 작품 관람의 몰입도가 높다. 가운데 회랑처럼 된 공간을 따라 시리즈가 파노라마처럼 걸려 있어, 일직선으로 걸린 그림들에선 느낄 수 없었던 부드러운 시선의 흐름을 경험하게 된다. '바보 산수'와 '청록 산수' 등 운보의 다양한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 30여점도 전시됐다. 운보가 마지막 순간까지 들고 있었다는 백두산에서 꺾어온 나무로 손수 만든 지팡이, 구멍이 뻥 뚫린 빨간 양말, 문수(文數) 270㎜가 선명히 찍힌 하얀 고무신, 즐겨 입던 '아베크롬비 앤 피치'사의 빨간 윗옷 등 남은 운보의 동반자가 끝까지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성모영보 아기 예수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아기 예수 에집트로 피난하심 해롯왕의 아이들 학살 소년예수 성전에서 학자들과 문답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받음 마귀에게 시험받다 제자들을 만나시다 산상설교 사마리아의 여인를 만나시다 병자들을 고치시다 오병이어로 오천명을 먹이시다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는 예수님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회개한 여인 예수의 발을 씻음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다 게세마니동산에서 기도하시다 최후의 만찬 법정에서 재판 받으시다 수난 당하시는 예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다 십자가에 못박히시다 시체를 옮기는 제자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막달라 마리아와 만남 승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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