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해변에서
조 은 미
여름이 다녀간 빈 바닷가
하늘이 내려와 경계를 허물고 바다와 한 몸이 된다
홀로 남은 백사장 맨살의 감촉마저 서늘하다
뺨을 에이는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고즈넉한 바닷가에 밤이 찾아오고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덮이면 백사장 밝히는 조명등에 반사된 모래알만 반짝인다
가만히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아련한 그리움 안고 한차례 가슴을 휘돌아 간다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벗들의 도란거리는 정겨운 이야기 소리가 차가운 밤바다를 따뜻하게 감싸는 온기기 된다
빈 바다를 품는 마음이 하늘만큼 넓어진다
고단한 삶이 서러운지
밤새 바람이 운다
바다는 말없이 어깨를 다독이며 바람이 풀어놓는 속내를 들어준다
넓은 가슴으로 바람을 껴안고
함께 울어준다
백사장 부딪혀 부서지는
바다의 속울음 참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쏴아아 쏴아
철썩 처얼썩
밤새 응어리진 아픔 빨갛게 삭이며
새벽 어스름 뚫고 환한 빛 담아
한 덩이 해를 밀어 올린다
윤슬이 퍼덕이는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잔잔히 미소 머금고 푸른 빛 더 파란 아침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