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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며

조은미시인 2015. 7. 26. 14:39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며/조 은 미

 

장마비가 밤새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너무 기다리다 속까지 까맣게 타들어 가던 나무들이 이제야 넉넉하게 한숨을 토해내며 생기가 똔다.

살던 땅 떠나 이사와서 된 몸살로 제 빛깔을 잃고 오래 시름시름 앓아 속을 태우던 소나무도 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순을 달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갑다 .

그동안 아침마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짝사랑이 이제서야 통했는지 살포시 파란 속마음을 열어보이니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촉촉해서 마음이 넉넉해진 땅에 한번 보둠고 품어보라 이웃집 담장 너머 앵두나무와 홍매화 한가지 꺾어 꽂아 놓은지 사나흘이 지났다.

살거라고눈 기대도 않했던 녀석둘이 간밤 내린 비에 초록빛이 더 선명해진 생동거리는 눈빛으로 반갑게 맞는다.

정말 이 녀석들이 뿌리를 내려줄까?

기대가 믿음으로 자리 잡는다.

 

찌글찌글 해져서 버리려다 화분 한 귀퉁이에 혹시나 싶어 묻어 놓았던 감자도 제법 실하게 싹을 틔우더니 키가 훌쩍 자라 잎이 화분을 덮고 감자들이 달렸는지 땅을 비집고 새끼 감자들이 속살을 내민다.

끈질기고 놀라운 생명의 신비!

 

앵두나무, 홍매화 잘라내 심은 가지에서 뿌리가 내리고 새 잎이 돋아나 꽃 피고 열매 맺을 또 하나의 기적을 바라는 믿음을 다지며 메말라 먼지가 풀풀 날리던 내 마음도 끈질긴 초록의 도전 앞에 새로운 희망으로 촉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