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지혜
조 은 미
어렸을 때 직장 일에 바빠 남의 손에서만 키워 스킨쉽이 부족했던 탓인지 늘 독립적이고 오근자근 잔정이 없던 딸이 자식 낳아 키우며 오십 줄이 가까우니 여간 살갑게 엄마를 챙기는게 아니다. 전화도 자주해 안부를 묻고 남한 테 말못하는 속앓이도 털어놓고 의논하니 마음으로만 내 딸이거니 싶던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져 한 자락 늘 안타깝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소에 데면데면 하다가도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달려와 궂은 일은 다 도맡아 해주니 든든하고 고맙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허기야 남편이 아파 병석에 누운 몇 달 동안 심청이 저리 가라 싶을 만큼 아버지를 챙기고 헌신하던 딸의 모습을 생각하면 자식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서러울까 싶기도 하다.
가족이란 건 보통 때는 데면데면 지내다가도 위기 때는 울타리가 되어 서로를 챙겨주고 지켜주는 게 사람 살아가는 도리이고 자연적인 순리가 아닐까 싶다.
날마다 Sns에 올라오는 요리 사진을 보면 어느새 전문적 세프 수준인 딸이 오늘은 엄마 맛있는 것 해드린다며 제주도 떠나는 송별회를 대신해 집에서 일본식 가정 요리인 쟈가토로를 준비해 잘 다녀오시라며 기쁘게 한다.
사랑이 담긴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기운나고 행복하게 하는지!
대선이 가까워 오니 바야흐로 말로 서로를 죽이는 정치 지도자들의 매일 쏟아내는 아사리판의 공방전을 보며 회의가 느껴진다. 요즘 대선 후보 중 제 1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국힘당 윤후보의 전두환 대통령 관련 발언과 애완견인 토리에게 주는 사과 사진 한 장으로 온 나라 안이 시끄럽다.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평가 발언 한 마다가 상대당도 아닌 한 솥밥 먹는 집 안의 경쟁 후보들에 의해 말도 안되는 전두환 찬양 발언으로 뒤집혀 곡해되고 왜곡되어 정쟁으로 비화되더니 드디어 상대당에 여론을 호도하는 먹잇감으로 던저져 말한 의도와는 전혀 상관 없이 점점 눈덩이로 불어나 흉기로 돌변한다. 거기에 더해 평소에는 미소를 자아내게할 개에게 사과를 주는 전혀 정치적인 의도가 없는 평범한 사진 한 장이 예민한 시기에 맞물려 애꿎은 구설 수에 올라 인격적으로 난도질을 당하는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당에서 그렇게 왜곡해서 말을 만들어 내도 서로 보호해주고 울타리로 방패막이를 해주어야 할 같은 식구끼리 아무리 경쟁자라 하지만 정책의 대결로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내 식구 흠집을 내서 밟고 일어서려고 악다구니를 퍼붓는 그런 수준의 사람들이 이 나라 지도자들이라는 게 정말 한심하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한 시대의 지도자를 평가할 때 공과가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5.18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선과 악이
그리 무 자르듯 나눠질 수가 있을까?
말이라는 게 해석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듯 선이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아무리 경쟁관계에 있기로서니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격적 살인을 하는 그런 네거티브 막말을 퍼붓다가 최후 승자가 결정되면 다시 하나 되어 상대 후보와 경쟁할 수 있는 팀웍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내로남불이라고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 안하고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만 분별도 못하는 그런 어수룩한 바보로 보이는지?
남을 밟아 넘어뜨려야 내가 올라선다는 단세포적인 사고는 남도 죽이고 나도 죽이는 어리석은 최악의 악수임을 정녕 모르는 걸까?
제발 집 안 싸움하다 집까지 불내 풍비박산으로 만들지 말고 서로 자중자애하면서 정책으로 아름다운 승부를 하는 성숙한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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