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집안 일이라는 게 해놓고 나면 푸지게 표도 안나면서 그냥 두고 보기는 개운치 못해 하자고 작정하고 덤벼들면 사작에 해야할 일 천지다.
어제 김장한답시고 하루 종일 고단했던 터라 만사를 제쳐놓고 쉬려했는데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도저히 쉴 처지가 아니다.
냉동실이며 김치 냉장고며 손달라고 아우성이다. 내용물을 모두 뒤집어 꺼내 놓고 또 한 판 씨름을 한다.
먹다 놓친 것들 버릴건 버리고 모을건 모으고 정리를 하니 마음도 개운해진다.
먹세가 젊었을 때 같지 않아 구석구석 먹다 놓친 과일들 버리기도 아까워 쨈을 해 갈무리 하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신김치도 빨아 울궈 멸치 다시마 육수내어 구수하게 김칫국을 끓이니 다른 반찬이 필요없이 밥이 술술 넘어간다.
말려놓은 들깨도 부셔서 껍질 까불러 가려내고 물에 씻어 볶으니 한 공기 턱은 나온다. 입에서 톡톡 부서지는 들깨알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난지! 내년엔 좀 더 많이 심어볼까? 스치는 욕심의 꼬삐를 붙잡는다. 침대에 깔았던 여름 메트도 세탁기 돌려 빨아놓고 잠깐도 쉴 새 없이 꿈지럭 거리다 보니 하루 해가 짧다.
텃밭에 나서다가 들고양이가 물어다 놓쳤는지 죽은 쥐 한 마리가 온 몸이 찢긴 채 널부러져 있어 기함을 하고 뒷걸음질 친다. 내가 기함을 하고 뒤로 넘어져도 누구 한 사람 도와줄 사람도 없고 어차피 내가 치워야 할 몫이라 집게를 들이대고 집는데 뭉클한 느낌이 몸서리가 쳐진다.
눈 딱 감고 화단 끝에 치우고 나서 기껏 죽은 쥐 한 마리에 그렇게 놀란 내 모습이 웃으워진다.
때로 우리는 터무니 없는 선입견으로 본질을 왜곡하거나 쓸데 없는 두려움으로 매사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할 때가 있다.
나이 들었다고 주눅들지 말고 어디서나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남아 있는 날이 짧기에 하루 하루가 소중한 날이다.
좀 더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하고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지 말고 자식들에게 엄살도 부리지 말고 내 일을 할수 있는 한 스스로 해결하며 짐이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모쪼록 혼자서도 외룹지 않게 즐겁게 지내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두러워하지 말고 즐기는 여유를 갖고 살자.
제주도 한 달 살기 떠날 날이 닥아온다.
날씨가 추워지니 조금은 움츠러드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자! 힘내자.
주저앉을 때마다 붙들어 세우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담대함으로 선다.
늘 함께 하심을 감사하며 남은 날 동안 건강 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