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비양도 나들이(제주도 한 달 살이 다섯째 날)

조은미시인 2021. 11. 5. 21:06
















































비양도 나들이(제주도 한 달 살
이 다섯째 날)
조 은 미

특별한 계획도 없이 멍 때릴 목적으로 왔지만 여기저기 둘러볼 곳이 많아 실상 맥놓고 멍 때릴 시간도 없이  백수가 과로사 하게 생겼다.
오늘은 가까이 한림항 도선 대합실에서
여객선을 타면 15분 거리의 비양도를  돌아보기로 낙착을 보고 간단히 조반을 먹고 나선다.

선착장 가는 길을 잘못 들어 9시 20 분 배를 놓치고 11시 20분에 들어가 3시 30 분에 나오는 왕복 승선표를 예매한다.
두어 시간 기다리는 동안 해안 도로 중 가장 아름 답다는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며 곽지 해수욕장을  들러 본다.
날씨도 어쩜 그리 좋은지!
비수기라 그리 붐비지도 않고 어디를  돌아보나 제주 바다는 깨끗하고 아름답다.  바다에 연해 용천수가 흐르는 과물(곽자리) 노천탕  시설이 특이했다.

비양도는 하늘에서 날아온 섬이란 이름에 걸맞게  용암이 분출하여 생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작은 화산섬이다.
표고 114m, 둘레 2023m의 야트막한 오름인 비양봉을 중심으로 40여분 걸으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우선 요기 부터 하기로 하고  인터넷에서 본 예쁜 맛집  In 섬을 찾아 들어간다.
해바라기를 연상 시키는 노란색의  동화같은 건물에 가지각색의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고  돌담이 정겹게 둘러쳐진 마당의 식탁에 앉아 보말 비빔밥과 보말 국수, 해물 파전을 시킨다.  섬 사람같지 않은 도회적이고 세련된 외모의 여주인이 정갈하고 맛갈나게 내온 메뉴에 대 만족한다.
넉넉해진 마음으로 자연에 취하며 한라봉의 달큰한 향기가 익어가는 노란 막걸리 한 모금에  혀 끝에도 행복이 내려앉는다.
옆에 앉은 초면의 화가와도 주거니 받거니 말문을 트고 보니 친구와 같은 카톨릭 신자라 금방 십년 지기 만큼이나 친해져
신창동에 사신다는 그분과 내일 다시 만나 둘레길을 같이 걷기로 한다.
길 따라 만나는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도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누구든  비양도에 오시는 분은 꼭 들려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점심 후 해안을 따라 걷는 산책로에서 만나는 기기 묘묘한 형상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비치빛 하늘과 이루는 조화가 신비스럽다. 유일하게 비양도에서만 볼수 있는  용암이 분출하며 만들어진 굴뚝 모양의 호니토는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지질학상으로도 중요한 자료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한다.

펄랑못 염습지를 따라 난 작은 산책로 주변과 비양봉을 덮고 있는 억새 숲도 장관을 이룬다.  바람을 머금고  품어내며 속살거리는 소리가 꽃보다 더 사랑스럽다.
백로가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이 선경에  든 듯 아름다워 숨이 멎는 듯 하다.
어디에 앵글을 대도 한 폭의 그림이다.
스스로 포로가 되어 비양도의 마력에 빠져든다.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뉘라서 이 자연의 신비 앞에  경이롭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땅이 내 나라 땅인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오 창조의 신비여! 그 위대함이여!
아름다운 걸작품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선다. 자연 보다 더 신비한 걸작품인 내 자신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도록 축복하심에 절로 감사가 되뇌어진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내일을 기대하며 뿌듯한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