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협재 바다 (제주 마지막 날)

조은미시인 2021. 11. 24. 21:09




















협재 바다 (제주 마지막 날)
조  은  미

오늘이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이다.
어쩜 그리 빨리 지나갔는지!
이곳 저곳 다니느라  바빠 정작 집 앞의 명소인 협재 바다는 오는 날 한 번 나가보고 오늘서야 여유롭게 둘러본다.
남의 손의 떡이 더 커 보인다더니  내 집 앞의 이리 좋은 곳을 놔두고 맘껏 누리지 못한 아쉬움에  오늘은 싫어 말도록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해변을 걸으며 눈에 가슴에 바다를 담는다.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 하나로 합쳐진 우주 속에  덩그만히 들어 앉아 혼자가 된다. 점점  가슴의 경계가  무너지며 내가 하늘이 되고 바다가 된다.
온통 우주가 가슴에 들어 찬다.
마음도  바다를 닮고 하늘을 닮아 비취빛  물이 든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흰 포말이 부서진다. 가슴 밑 바닥에 남아있는 찌끼도  다 부서져 내린다.
맑고 깨끗해진  마음에 평화가 들어찬다.  이름다웠던 날들!  행복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내게 이런 날이 또 올 수 있을까!
무작정 떠나 왔지만 너무 많은 걸 안고 돌아간다.
창조의 신비와 위대함 앞에 절로 겸허해진다. 자연과 인간의 조회로움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화가 만들어내는행복함, 순리 따라 사는 삶의 자유함, 하나님의 계획 안에 나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기쁨,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배려와 나눔이 주는 행복함, 여러 관계들 속에 서로를 더 든든히 엮어주는 사랑의 기쁨, 새로운 것에 대한 자신감 등 짧은 동안이지만  제주의  한 달은 더 풍성하게 나를  채워가는 시간 이었음에 감사한다.
백사장의 폭신거리는 모래가 유난히 보드랍다. 푹푹 파이는 발자국이 내 뒤를 따라 온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길이가 얼마 일런지알 수 없지만 내가 남기는 발자국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게 되기를 기도한다.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으로 살아가자. 하늘과 바다가 수평선에서  만나 하나가 되듯 서로  다름을  따지고 들춰내지 말고  둥글게  품고 살아가자.
등 뒤에  실리는 햇살이 따사롭다.
행복함과 감사함이 앞서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