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관악산 둘레길

조은미시인 2014. 11. 14. 19:17

 

 

 

 

 

 

 

 

 

 

 

 

 

 

 

 

 

 

 

 

 집 짓느라고 임시로 관악 구민이 되어 사는 기쁨 중에 하나가 관악산을 가까이 숨쉴 수 있는 것이다.

무릎이 시원찮아 등산은 엄두도 못내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무장애길을 만들어 놓아

편안한 데크길을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악산 가까운 정상에 오르게 된다.

오늘도 점심 먹고 남편과 함께 늦은 산책길에 나선다.

아직 군데군데 빨간 단풍이 늦가을을 지키고 있다.

장미는 벌써 겨울 지낼 준비를 마쳤는지 노란 짚으로 두툼하게 외투를 갈아입었다.

발밑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바스락 거리며 밟는 소리가 정겹다.

데크길이 끝나는 마루에 서보니 발 아래 서울대 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명소가 되어 미소를 짓게 하는 커다란 하트바위도 눈길을 끈다.

남편이 걸음을 늦추며 보조를 맞춰준다.

오랜만에 남편 손에 깍지를 끼고 걷는다.

손끝으로 따뜻함이 전해진다.

오래 함께 하며 옆에서 지켜주는 든든함이 새삼 고맙고 감사하다.

그동안 너무 남편에게 무심했던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생각뿐 쑥스러워 그말도 입으로 삼키고 만다.

스스로도 대견 할 만큼 많이 걸었다.

더도 덜도 말고 죽는 날까지 지금 만큼만이라도 걸을수 있으면 족할 것 같다.

다리가 뻣뻣해지고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걸을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붉게 물드는 저녁놀을 받으며 가을을 한아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가슴이 행복하다.

행복은 늘 이렇게 가까이 머무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