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조은 미
요양원 거실 창가
당신이 밥이었던 것도 잊은 채
온 몸에 물기 마져 말라가는 누릉지 하나
휠체어 흔들리며
해바라기 하고 있다
식구들 밥이 되기위해
제 몸 누렇게 익혀가며
열기에 달구어 지던 젊은 날들
식구들 입에 더 맛난 밥 들어가는게 기쁨이었던 당신
당신 때문에 제 배는 허기질 날이 없었습니다
당신 몸 누렇게 태워가며
당신의 진액이 묻어나와 그리 맛난 밥이 되는지도 모르고
때로 까맣게 타버린 당신을 얼마나 원망 했는지요
오래 되어 딱딱하게 굳은 누룽지
곱씹으며 뒤늦게 철들어 가슴이 메입니다.
물을 붓고 몸에 배였던 진액을 풀어 내어 밥보다 더 구수한 누릉지를 끓이며 이제 제가 당신의 밥으로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