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이야기
조 은 미
한여름 내내 울타리 지키며
줄줄이 피어나는 줄장미 부러운 가슴
푸른 톱니 날카롭게 세우고
빈 둥지 부끄러움 다독입니다
드디어 붉은 꽃잎 터지던 날
꽃잎이 2장 뿐인 본태생 장애아
주눅든 얼굴 고개 숙여 빨갛게 물이 듭니다
아린 상처 안고 태어난 내 새끼
입 앙다물고 꿋꿋이 세파 이겨내며
두 날개 활짝 폅니다
반 쪽 짜리 생기다만 녀석도 얼굴 곧추 들고 웃습니다
잎새 마다 피어나는 봉황
여인의 가슴 그리움 물들이고
첫눈 내리는 날
만날 그 님 그리며
가녀린 손톱마다 봉황의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