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하루 종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입 한 번 뗄 일이 없는 그 날이 그 날인 지극히 단조롭고 적막하기 짝이 없는 시골 생활이지만 자고 나면 쓸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날마다 새로운 기대로 내일이 기다려지는 건 하루도 같은 날이 없이 변화하는 뜨락의 친구들 덕분이리라.
대추나무 응달에 가려 영 기운을 못 차리고 시름시름 잎이 떨어지던 목단을 양지 바른 앞 뜰 화단으로 자리를 옮겨 주고 저게 살려나 싶어 끌탕을 하며 날마다 살아줘 기도히는 마음으로 그 앞에만 가면 쓰다듬어 주었더니 정성이 통했는지 오늘 아침 들여다보니 죽은 것처럼 보이던 등걸에 빨긋 빨긋 새촉을 내밀고 살아있다는 인사를 해온다.
아이고 신통한 것, 얼마나 반갑던지 !
병든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툴툴 털고 일어난 것 만큼이나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한 가닥 삐쭉 올라오던 수국도 양지쪽으로 옮겨놓으니 몇 가지가 실하게 새끼를 쳤다. 봄에 피었던 패랭이가 다시 피고 금어초 떨어진 씨앗도 어느 틈에 자라 엄마 닮은 꽃을 피운다.
한 화분 사다 심었던 송실국도 얼마나 번졌는지 저 기세면 오래지 않아 온 뜨락을 덮을 것 같다. 종족을 보존하고 자손을 퍼쳐간다는 것은 하나님이 지으신 우주 만물의 자연 법칙이고 순리이며 번성하기를 원하시는 그분의 축복이다.
우리 어릴 때는 한 집에 형제가 대여섯은 보통이어서 산아 제한 캠페인이 국가 시책으로 큰 이슈가 되었었다.
요즘은 결혼해서 둘만 잘 살자는 풍조가 유행인가 싶더니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인구 절벽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하고 있다.
노인 복지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아울러 생명을 존중하는 견지에서 낙태에 관한 사회적인 인식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신생아 한 명의 출생이 귀하고 소중한 이 때 부득이 현실적인 어려운 여건 때문 이기는 하겠지만 아무 죄의식 없이 낙태가 능사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생명 존중의 사회 분위기 속에 미혼모를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사랑하는커플들이 마음놓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 출산 하는 데 부담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제도적으로 수립 된다면 신생아 출산 절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외도 자녀를 원하는 무자녀 가정에 인공 임신을 위한 제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든가 아이들 양육비, 교육비등에 혜택을 부여한다면 인구가 줄어 국가가 소멸되는 불행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은 창조의 원리이고 자연적인 순리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인위적으로 자연의 순리에 역행할 때 인간은 자연과의 부조화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축복이 넘치는 뜨락에 서서 더불어 행복을 느끼는 아침.
사랑하는 기쁨과 감사가 충만하게 가슴에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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