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고추 서너 대 심은 것이 여름내 열매를 달아 싫어 말도록 따먹게 하더니 아침에 텃밭에 나갔다 치마폭에 따온 끝물 고추가 제법 한 소쿠리 실히 된다.
이제쯤은 가을 설겆이 할 때인데 여전히 꽃을 달고 있는 것도 있고 잎도 아직 청청하여 그대로 더 두고 보려한다.
고 녀석 이제 꼬부라질 때가 겨웠건만 열정이 식을줄 모르는 게 날 닮았나 싶어 마주 보고 깔깔거린다.
뭔가를 향한 열정은 참 인생을 생기롭게한다.
칠십이 넘어가니 옛날 같으면 동네서도 상노인네 대접받을 나이인데 늘 긍정 마인드로 즐겁게 웃고 사니 확실히 덜 늙는다.
시로 등단하여 문단에서 중견소리 듣고 있지만 어느새 시적 감성이 말랐는지 시는 한 줄도 안나오니 그나마 글 쓰는 감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매일 뭔가 쓰고 Sns에 올리고 하다 보니 블로그에 고정 독자가 사백여명이 넘어가고 카톡의 지인들에게도 글로 아침마다 안부를 전하는 게 일과가 되어 하루라도 거르는 날은 무슨 변고라도 있나 싶어 친구들이 안부를 물어오기도 한다. 일일이 이름을 클릭할 때마다 얼굴을 떠올리고 가슴을 나누니 우테크로 이만한 사랑과 정성을 나눌 수 있는게 또 있으랴!
매일 쓰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일 읽어주는 정성도 사랑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아침 밥 배달하려 클릭할 때마다 찬밥이 쌓이지 않고 숫자가 지워진 걸 확인할 때는 소통의 행복을 느낀다
한결같은 관심으로 서로의 마음 안에 사니 푸근하고 따스해져서 적막한 시골살이가 외롭지 않아 좋다.
끝물 고추처럼 늘 풍성힌 열매를 나누고 사는 삶이기를 소망한다.
성실함으로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다면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쓸 수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혼자 노는데 글 쓰는 것 만큼 시간이 잘 가고 유익한 일이 없다. 치매 예방에도 이만큼 좋은 습관이 또 있을까?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힘이 되고 기쁨이 되면 좋겠다. 내게서 항상 인간적인 향기가 나서 익어가는 나이만큼 품격 있는 삶으로 푸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풍성한 가을을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얼려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 열정과 고마움을 오래오래 기억하며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리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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