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잔디기 그새 또 많이 자랐다.
번번이 이웃집 신세 지기도 어려워
혼자 한 번 깎아볼 요량으로 창고에서 잔디 깎는 기계를 꺼낸다.
사위가 오면 한 차례씩 깎거나 옆집 사장님이 깎을 때 곁다리 붙어서 깎았던 터라 처음 만지는 기계가 영 마음같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힘이 고루 가지 않는지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니 쥐 뜯어 먹은 것 처럼 들쑥날쑥하여 손 안대니만 못하게 볼품이 사나워졌다. 그 와중에 전선이 부주의로 톱날에 물려 들어가 그만 뚝하고 끊어지는 사단까지 벌어진다. 고만 일에 땀이 비오듯 하고 힘에 부쳐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인부를 부를걸 후회 막급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전선 잇기만 하면 될 것 같아 한참 궁리 끝에 전선을 잇고 다시 돌리니 한동안 작동하다가 또 멈춰 선다.
집안에 남자가 없는게 이리 힘이 들고 아쉽다.
고장난 잔디 기계 고칠 일이 난감하다.
전선 연결이 잘못 되었나 어디가 문제일까? 이런 문제 척척 해결해주는 마이다스 손을 가진 남자 하나 옆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
세상은 구조적으로 남자 여자가 서로 돕고 보완해 가며 살게 되어 있다.
페미니즘입네 뭐네 해가며 성 평등을 주장해봐야 당장 남자 없으면 허당이다.
우리 젊은 시절엔 남편 알기를 하늘 같이 알았는데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아침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남자가 허다하고 돈은 벌어 여자들한톄 모두 갖다 받치고 점심 때 고급 음식점에 가보면 여자들만 넘쳐난다.
남자들은 점심 값도 아끼려 몇 천 원짜리 부실한 식사로 한 끼 때우는 사람이 많다니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 기세 등등하게 여자를 휘어잡고 살던 남자들이 어찌 그리 초라해졌는지!
돈벌 때 뒷주머라도 따로 차고 있지 않으면 퇴직해 삼식이 되어 눈칫밥 먹기 십상 이니 남자들도 너무 미련스레 밸 빼놓고 아내한테 충성하는 건 금물이요.
물론 아내한테 군림하여 아직 상전 노릇하는 몰지각한 남정네들은 해당사항 없음이니 박수칠 생각일랑은 말기요.
요즘 너무 남자 여자 편 갈라 서로 혐오증이 깊어지고 여자들이 드세 남자들이 오히려 여자를 무서워 피하고 결혼도 꺼린다니 참으로 우리 때와는 격세 지감이 있다.
연애도 사랑이 우선이 아니라 돈이 있어야 하는 딱한 세상이 되었다.
남자의 능력이 돈으로 재단 된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련만 조건 없는 사랑은 어느새 구시대 유물이 되었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소중한가?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고 지켜가는 지혜로움이 행복의 첫걸음 이다.
어줍잖은 페미니즘으로 남자 여자 서로 각을 세우고 대립 관계로 우열을 따질 일이 아니라 돕는 배필로 창조하셨으니 창조 질서의 기본으로 돌아가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며 살아갈 일이다.
보소 세상 남편 되고 아내 된 이들이여! 서로 있음에 감사하고 귀히 여기며 옆에 있을 때 잘 하소. 막상 곁을 떠났을 때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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