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작은 배려, 큰 기쁨

조은미시인 2021. 10. 17. 21:46


작은 배려, 큰 기쁨
조 은 미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니  어째 마음이 스산해지고 까닭없이 비어온다.  올 사람도 없는데 공연히 서성대지고 잎이 떨어져 허부룩한 가지를 드러낸 벚나무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조차 을씨년스럽다.

제주도에서 사온 선물 몇 가지를 전해줄 요량으로 며느리에게 전화했더니 우리 어머니 귀한 선물 주시니 맛난 것 사드려야 한다며  모시러 오겠단다.
참배같이 상냥한 그 아이  목소릴 들으니 우울했던 기분이 싹 가신다.
시댁의 시자만 들어도  불편해 하는 며느리들이 많은 세태에  며느리의 예쁜 마음 씀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내 자식이 잘 하는거야  내 새끼니 그러련 하지만 사위나 며느리가 잘 하는 건  더 고맙고 감동이  된다.
사위는 며칠 여행 간다고 용돈을 챙겨 보내주어 고맙더니  내 새끼들처럼 내게  마음을 써주고 챙겨주는 사위, 며느리 덕분에  난 타고난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아들 며느리하고 마주 앉은 식사 자리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둘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모습만 봐도  대견하고 흐믓해진다.
식사 후 강이 바라보이는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신다.
따끈한 커피잔을 감싸쥐고 커피항에  묻어오는 사랑을 가슴에 가둔다.  바깥 바람이 찬데도 춥지가 않은 건 마음이 따뜻해진  까닭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며느리가 맛난  이디아 커피랑 영양제, 땅콩을 따로 챙겨와 슬며시 들려준다.
어찌 그리 엽엽한지!

나도 운전해 갈 수 있지만 어머니 모시러 갈께요 하고 집까지 모시러 오고 모셔다 주는  작은 배려가 참으로  푸근하고 행복하게 한다. 실상 부모가 자식에게 감동 받는 건  큰 돈 들여 받는 1회성 선심이 아니라 이렇게  생활 가운데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잔잔하고 소소한 관심과 사랑이 아닌가 싶다. 돈을  많이 드려야 효도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돈 안드는  마음 하나에  부모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행복해 하는지!
하나를 받으면 열을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걸  세상의 자식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첫 추위로  마음까지 웅크러들고 추운 날 아들 며느리 덕분에 훈훈한 하루를 보냈다.

아들아! 마누라 귀한줄 알고 소중히 아껴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거라.
보배를 내 집에 보내주신  축복에 감사한다.
네가 내 며느리여서 고맙고 행복하구나.
사랑한다 며늘아!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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