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 큰 기쁨
조 은 미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니 어째 마음이 스산해지고 까닭없이 비어온다. 올 사람도 없는데 공연히 서성대지고 잎이 떨어져 허부룩한 가지를 드러낸 벚나무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조차 을씨년스럽다.
제주도에서 사온 선물 몇 가지를 전해줄 요량으로 며느리에게 전화했더니 우리 어머니 귀한 선물 주시니 맛난 것 사드려야 한다며 모시러 오겠단다.
참배같이 상냥한 그 아이 목소릴 들으니 우울했던 기분이 싹 가신다.
시댁의 시자만 들어도 불편해 하는 며느리들이 많은 세태에 며느리의 예쁜 마음 씀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내 자식이 잘 하는거야 내 새끼니 그러련 하지만 사위나 며느리가 잘 하는 건 더 고맙고 감동이 된다.
사위는 며칠 여행 간다고 용돈을 챙겨 보내주어 고맙더니 내 새끼들처럼 내게 마음을 써주고 챙겨주는 사위, 며느리 덕분에 난 타고난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아들 며느리하고 마주 앉은 식사 자리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둘이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모습만 봐도 대견하고 흐믓해진다.
식사 후 강이 바라보이는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신다.
따끈한 커피잔을 감싸쥐고 커피항에 묻어오는 사랑을 가슴에 가둔다. 바깥 바람이 찬데도 춥지가 않은 건 마음이 따뜻해진 까닭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며느리가 맛난 이디아 커피랑 영양제, 땅콩을 따로 챙겨와 슬며시 들려준다.
어찌 그리 엽엽한지!
나도 운전해 갈 수 있지만 어머니 모시러 갈께요 하고 집까지 모시러 오고 모셔다 주는 작은 배려가 참으로 푸근하고 행복하게 한다. 실상 부모가 자식에게 감동 받는 건 큰 돈 들여 받는 1회성 선심이 아니라 이렇게 생활 가운데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잔잔하고 소소한 관심과 사랑이 아닌가 싶다. 돈을 많이 드려야 효도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돈 안드는 마음 하나에 부모들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행복해 하는지!
하나를 받으면 열을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걸 세상의 자식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첫 추위로 마음까지 웅크러들고 추운 날 아들 며느리 덕분에 훈훈한 하루를 보냈다.
아들아! 마누라 귀한줄 알고 소중히 아껴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거라.
보배를 내 집에 보내주신 축복에 감사한다.
네가 내 며느리여서 고맙고 행복하구나.
사랑한다 며늘아!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