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비자림 숲, 성산 일출봉,광치기 해안(제주 한 달 살이 열엿새 날

조은미시인 2021. 11. 16. 21:10
































비자림 숲, 성산 일출봉,광치기 해안(제주 한 달 살이 열엿새 날)

어느새 제주도 한 달살이도 반횐점을 돌아 섰다.
억새의 은빛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가을인가 싶었는데 온 들녘이 파릇한 초록을 보면 봄인지 가을인지 계절에 둔감하게 된다.
이제 쯤은 서서히 두고온 그리움이 달라붙어 가슴이 아릿해지는 나그네의 심사가
느껴진다.
컨디션이 그러그러하다는 친구 핑계 삼아 오늘은 집에서 뒹굴거릴까 했는데 해가 반짝 나니 나서 보자 서두르는 못말리는 짝쿵의 생생해진 모습이 고맙고 반가워 또 Go를 외치며 나선다.

에너지 넘치는 할매들의 오늘 행선지는 협재서 70여 Km 떨어진 비자림 숲에 방점을 찍는다.
비자림숲은 한라산 동쪽에서 뻗어 내려간 종달 ㅡ 한동 곶자왈 지역의 평지림에 2800 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자연림이다. 화산 쇄설물인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 훍길인 송이 (Scoria)길이 이어져 맨발로 걷기에도 좋을 만큼 포근포근하다. 부드러운 흙길이 아기들이 걸어도 좋을 만큼 편안하고 길도 관람로를 따라 외길로 되어 있어 숲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송이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유해한 곰팡이 균의 증식을 막아 주고 식물의 성장을 돕는 수분을 조절해 주어 화분의 흙으로 많이 쓰인다.
몇백 년 된 비지나무가 울울창창 우거지고 오래된 나무에 이끼 식물들과 덩굴 식물들이 기대어 자라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숲에는 온갖 나무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박쥐나무, 상산, 곰솔, 후박 나무등 다양한 수종이 모여 숲을 이루며 오래된 나무나 어린 나무나 서로 보듬고 햇볕을 받는데 방해되지 않게 순리를 따라 서야 할 곳에 서서 경쟁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평화스럽다.
사려니 숲이 남성적인 느낌이라면 비자림 숲은 엄마 품처럼 푸근하고 여성적이다. 비자림 숲은 요즘 뜨는 건강 트렌드에 알맞는 맞춤형 숲길로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편안하고 힐링하기에 딱 좋은 아름다운 숲이다. 제주도에 오면 한 번은 꼭 들려보기를 권하고 싶 다

우리의 충실한 비서 네비양이 알려주는 대로 찾아간 맛집은 근처의 "비자림 미담" 이다. 쭈꾸미 구이와 고르곤 졸라 피자가 얼마나 맛나던지! 예쁜 집에서 우아하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성산 일출봉을 향한다.

성산봉은 제주도 동쪽 성산 반도 끝머리에 높이 180 m의 커다란 사발을 엎어높은 듯한 분화구다.
3면이 파도와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해식애를 이루며 해돋이가 유명하여 일출봉이라 부른다. 천연 기념물 420호로 지정 되어 보호되고 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 같다.
어쩜 자연은 이다지도 오묘하고 아름다울까?
뉘라서 천지 창조의 신비를 흉내낼 수 있을까? 위대하신 분의 솜씨에 그저 놀랍고 탄복할 뿐이다.

오는 길에 들른 광치기 해변!
봄에 왔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산 일출봉이 버티고 선 해변에 검은 모래가 반짝이고 해변에 펼쳐진 현무암에 이끼가 끼어 파릇한 이색적인 모습은 이름 만큼이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먼 행보를 하고 석양을 받으며 돌아오는 귀갓길에 오늘도 좋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아름다운 곳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가 넘친다. 체력을 붙들어 주심도 감사하다. 용감한 할매들! 내일은 가파도를 뛰기로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와서 이리 하루도 쉬지 않고 다니는 열정을 누가 말릴까?
오늘도 먼길 운전에 피곤해도 여전히 일과인 일기를 쓰고 있다.
이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안에 임재하시며 인도하시는 그 분께 겸손하게 무릎을 꿇는다. 오 위대 하신 능력의 신비여! 당신을 송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