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봄이 고개 내미는 3월에 때 아닌
폭설이 퍼붓는다.
어젯밤부터 가만히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완전히 함박눈으로 변해 하늘에서 떡가루를 쏟아붓듯이 난분분하다.
소나무도 무겁게 얹힌 눈을 버텨내려 용을 쓰고 있다.
10 cm는 족히 되게 쌓인 눈 속에 갇혀 노란 금계국 꽃차 한 잔 받쳐들고 현란한 춘설의 춤사위에 빠져든다.
적막과 고요가 나래 펴고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점심 때도 겨웠다.
아이 서는 임산부처럼 갑자기 김밥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부랴부랴 냉장고를 터니 이것저것 김밥거리 구색이 갖춰진다.
계란 지단도 부치고 어묵, 새송이버섯도 썰어 볶고 시금치 대신 참나물도 몇줄기 데쳐 무치고 불고기 재웠던 것도 볶고 빨간 피망도 볶아 놓는다.
아뿔사 제일 중요한 단무지가 없다. 단무지 대신하여 이제 맛이 들어 한창 제 맛인 김장 김치를 썰어 놓는다. 뜨끈하게 쌀밥을 조금 고슬하게 짓고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양념하여 김밥을 말아 싼다.
아이들 소풍 보낼 때 싸본 이후로 몇 십년만에 싸보는 김밥인가!
김밥엔 유난히 즐거운 추억이 많이 서려있다. 나들이 때마다 엄마가 싸주시던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출출한 터라 넉넉히 김밥을 말고 참기름 칼에 묻혀 싹싹 야물딱지게 썰어내 한 접시 푸침히 상에 놓고 앉으니 부러울 게 없다.
와! 단무지 대신 들어간 김치 김밥이 이런 환성적인 맛이라니!
정말 기대 이상의 대박이다.
저마다 제 나름 특성을 지녔지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절묘하게 김밥에 싸여 어울어지는 이 오묘한 맛의 조화! 김밥이라는 이름으로 통칭 되지만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어울려 김과 밥만으로는 낼 수 없는 독특한 이 맛!
각각의 재료를 넉넉히 감아 싸서 하나도 빠져나오지 않게 공동체로 연합해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김밥의 리더쉽!
너무나 환상적 궁합의 김밥을 입에 넣으며 행복해한다.
이제 인재를 등용해 인수위 구성을 마치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윤석열 대통령 차기 정부에 김밥처럼 모든 인재를 아울러 통합과 합치의 지혜로움과 넉넉함으로 서로를 감싸고 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환상적인 조화로움의 맛난 김밥을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모쪼록 배타적 자존심의 노예가 되어 내 편만을 위한 권력의 아성을 쌓지 말고 무수한 난관들을 국민을 생각하고 국익을 우선하여 잘 해결해 나가는 김밥 같은 포용의 리더쉽을 발휘하여 희망과 발전,자유 민주주의라는 맛난 밥을 지어주는 주방장이 되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서두르다 옆구리 터지는 김밥일랑 제발 사양드립니다. 사랑과 신뢰를 담아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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