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자유! 이 달콤함에 감사히며

조은미시인 2022. 3. 22. 08:23



자유! 이 달콤함에 감사하며
조 은 미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서울의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창밖 풍경은 주변이 온통 답답하게 막아서는 건물 벽만 보여 그런지 생각도 막히고 몇일 지나면 답답함이 목에 차 어딘가 훌쩍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시골에 오면 열린 공간이라 아무것도 안하고 창 밖만 바라봐도 가슴이 뚫리고 보이는 모든 것에 사랑과 애정이 생긴다.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니 매일 같은 사물을 봐도 다르게 느껴지고 각각 제 나름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반응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생기가 느껴진다.
늘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까닭이리라.

시골에 오면 몸도 마음도 깨어나 바지런해진다.
구석구석 둘러보니 지난 여름 먹다 놓친 감자가 곧 많이 굴러다닌다. 더러는 싹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요녀석들을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줘야지 안그러면 아까운 감자를 다 내다 버리게 생겼다.
부지런히 껍질을 벗기고 소금과 뉴슈가를 조금 넣어 물이 졸아 하얀 분이 날때까지 쩌내고 반은 가늘게 채쳐 부침가루 솔솔 뿌려 버무려 바삭하게 기름에 지져낸다.
와우 감자가 이렇게 맛있는 식자재였던가?
얼마나 맛나던지! 뜨거운 감자 호호 불며 한 입 덥썩 물어 오물거리니 누구 말 마따나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나다.
점심 한 끼 김치 한 보시기 놓고 감자로 퇴를 낸다.

젊은 시절 시어른 두분 손위 시누 한 분 우리 4식구 한 집에 복닥 거릴때는 먹는 것도 일이라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 돌아 서면 저녁 어쩌면 그리 어김 없이 끼니 때가 돌아오는지 해놓으면 버석버석 없어지고 까탈스런 남편 입맛과 어른들 입맛 맞추랴 자라는 아이들 챙겨 먹이느라 매끼 무엇을 해먹어야 되는지 끼니마다 다른 메뉴 해대기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언제나 여기서 벗어나나 그것이 소원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어느새 다 내 울타리에서 떠나고 혼자 남아 이젠 무엇을 먹을까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먹고 싶은 때 한 끼든 두끼 든 먹으니 먹는 것에서 해방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먹고 싶으면 내 손으로 해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은혜이고 축복이다.
때로 이 무한한 자유가 벅찰만큼 행복하게 내 삶을 누리고 사니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소박한 감자 한 접시 앞에 놓고 이렇게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몸이 건강치 못 하면 진수성찬인들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 자유! 오늘도 이 달콤함에 뒹굴며 따뜻한 가슴이 된다.
산다는 건 이리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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