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춘설 속에서

조은미시인 2022. 3. 19. 18:37






춘설 속에서
조 은 미

어제 아침부터 볼이 부어 입이 댓발이나 나왔던 하늘이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밤새 비밀스럽게 사설을 풀어놓기 시작하더니 밤이 새도 그칠 기색이 없다. 온 천지를 덮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열린 입은 닫힐 줄 모르고 여전히 소리 없이 하얗게 재가 된 마음을 쏟아 놓는다. 그래 참았던 네 속이 얼마나 탔을까?
한나절 쏟고나니 그래도 반 분이나 풀렸는지 뚫렸던 구멍이 막히고 하늘이 제대로 올라 붙는다.
낯빛도 밝아져 계면쩍은 듯 앞산에
짐짓 안개 마져 둘러치고 제 모습 애써 감춘다.
그려 속터질 땐 춘삼월이 대수랴!
참는다고 능사는 아니지.
세상 되어 가는 꼴이 하도 같잖으니 그냥 속 터지는 맘 풀어놓고 싶었는가 보다.
온갖 추악한 것 다 감추고 다시 그려 보고 싶은 세상!
하얀 도화지 펼친 그 마음 알 듯도 하다.
대선도 끝났는데 갈라진 마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될까?
덫을 쳐놓고 상대가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듯 양측의 긴장은 서로 살기마저 느껴진다.
춘설에 경계가 사라진 들판을 보며
눈처럼 서로의 허물을 덮고 네편 내편 갈라치기 그만하고 모든 분요가 고요해져 이 땅에 평화가 내려덮는 그 날은 언제일까 고대해본다.
맑은 유리잔에 금계국 꽃차 한 잔 우려내어
순백의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을 말며  (0) 2022.03.20
춘설 속에서  (0) 2022.03.19
그리움, 그 언저리  (0) 2022.03.19
새로운 희망 앞에서  (0) 2022.03.13
작은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바라며  (0) 202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