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희뿌연 하늘이 땅에 가까이 내려와
온통 회색빛 차일을 드리우고 그리움 마저 짜내는지 공연히 한 곳에 마음이 머물지 못하고 서성거려진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시골집을 향해 차를 달린다.
집으로 가는 설악 IC와 춘천의 갈림길에 망설임 없이 춘천 쪽으로 핸들을 튼다.
남춘천 동산 묘원! 내 그리움이 머무는 그곳에 닿는다.
온갖 꽃들이 화사하게 반기는 곳,
안식과 평화가 흐르는 그곳에서 그리움의 끝을 잡는다.
그이와 나란히 찍은 사진의 내 이름자 선명한 묘비 앞에 서면 죽음 앞에 허허로운 가슴이 되고 평안이 남실댄다. 아직 살아있음과 무탈하게 지내고 있음에 감사가 넘친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네비의 가까운 볼거리를 치니 에디오피아 참전 기념관이 20 여분 거리에 걸려든다.
6ㆍ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1951년 참전하여 1965 년 3월 1일 철군할 때까지 3개 대대 6037명을 파병하여 253회의 전투에 참여 121명의 전사자와 536명의 전상자를 낸 혈맹 에디오피아 참전군의 전공을 알리고 전쟁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1968년 공지천에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탑을 건립하고 2007년 참전 기념관을 건립하였다.
요즘 6ㆍ25가 북침이라고 터무니 없는 가르침을 받은 전교조 세대들의 억장 무너지는 왜곡된 역사 의식이 점점 상식으로 굳어져가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몰지각한 교사들이 이런 산 역사 현장을 꼭 한 번 둘러보고 바른 역사관을 정립하여 더 이상은 헛소리 지껄이는 천인 공노할 매국적인 범죄 행위를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역 만리 먼 아프리카 땅에서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여 귀한 생명의 피로 이나라가 지켜졌음에 뜨거운 감동과 감사가 밀려온다. 근자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더 절절히 그 고마움이 뼈에 사무친다. 참으로 그 잿더미 속에서 이렇듯 기적처럼 일어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공지천의 잔잔한 윤슬에도 봄이 아른 거리고 있다.
야외 조각 공원의 예술품에 취해보고 의암공원에서 일제 강점기 의병 활동을 주도하셨던 의암 유인석 선생 동상과 여자의 몸으로 의병활동에 일가가 투신했던 윤희순 의사 동상 앞에 서며 나라 사랑의 절절한 애국의 뜻이 전율처럼 감동을 타고 훌러내려 숙연해진다.
봄이 숨고르기를 마친 황금바늘 테마거리를 걸으며 춘천의 대표적 시인 이외수를 만난다.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과 동무하며 나목의 봄을 품은 희망의 거리를 호젓하게 걸어보며 수런대는 생명의 속삭임을 듣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로스터리 전문 커피점인 이디오피아벳에서 이디오피아의 이국적인 멋과 향긋한 커피향에 취해보며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 일정에 생기나는 하루를 보낸다.
언제나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고 인도하시는 그 분께 주시는 축복을 헤아려볼 때 마다 감사가 넘친다..
마음엔 어느새 봄보다 먼저 벚꽃이 구름처럼 활짝 핀 꽃길이 들어찬다.
공지천 벚꽃이 필 때 꼭 다시 한 번 와보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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