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사랑, 그 오묘한 신비

조은미시인 2022. 6. 18. 18:01





사랑, 그 오묘한 신비
조 은 미

며칠 한여름 못지않은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 저녁부터 선들선들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에 흔들리며 사랑스런 몸짓으로 반응하는 나무처럼 오늘 아침 방짜 수저에 얼킨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며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서빙고 온누리 교회 부목사님으로 계시는 박목사님과는 남양주 온누리교회에서 1기 예수제자학교 훈련을 받으며 시작된 인연이 십사오년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한번도 공동체 담당 목사님은 아니셨지만 Jds를 졸업한 한참 후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병석에서 고통 가운데 신음하고 있을 때 그 바쁘신 와중에도 문병 오셔서 기도해주시고 남편을 하늘 나라 보냈을 때도 새벽같이 틈을 내어 한달음에 달려 오셔서 위로해주셨던 사랑을 오래 잊지 못한다.
아들 결혼식 때는 새로 장만하신 성찬기로 제일 먼저 집례를 해주셨다.
아침마다 카톡으로 보내주시는 진솔한 삶의 고백을 담은 큐티 나눔으로 풍성하게 영의 꼴을 먹여주시는 사랑에도 늘 감동하며 감사하고 있다. 직업이 목사님이신 분들도 많은 세대에 참 목자의 모범을 실천하시며 언제나 사랑의 화신처럼 웃음이 떠나지 않으시는 겸손하시고 자애로운 성품의 목사님을 뵈면 연배는 어리시지만 사랑과 존경이 절로 솟는다.
그런 목사님과의 가까운 교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얼마 전부터 개인적으로 생리대도 살 수 없는 불우한 처지의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사서 보내는 사역을 시작하셨다고 하셔서 깊은 감동이 와 매달 작은 금액의 헌금으로 동참해오고 있는데 어느새 way maker 라는 이름으로 불우한 청소년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소외된 계층의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꿈을 전해주는 사역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계신다. 그간 헌금해준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시며 방짜 수저 한벌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너무 귀한 선물이라 쓰지도 못하고 모셔두었는데 오늘 문득 수저를 꺼내보며 삼시 세끼 밥 먹을 때마다 기억하고 기도하라는 뜻으로 보내신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에 모셔두었던 수저를 꺼내 밥을 떠 먹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한달에 한번 삐쭉 헌금 보내는 것만으로 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깨달으며 송구한 마음이 든다.
사랑이 없는 구제가 억만금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의 전부를 드렸던 과부의 동전 한 닢을 더 귀하게 여기셨던 예수님처럼 마음 담긴 헌금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힘이 아닐까?
의례적인 체면 치례로 드리는 헌금이 아니라 늘 가슴 안에 품고 기도하며 마음을 다하여 드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자세일 것이다.

무엇이든 귀하다고 모셔두기만 하면 녹이 슬어 쓸모가 없어진다.
친정 엄마가 생전에 남한테는 그렇게 베풀길 좋아하시면서도 당신한테는 인색하셔서 언제적 해드린 옷도 아끼시느라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시고 거의 새옷으로 남겨놓고 돌아가셨던 것을 보며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우리는 때로 가치 전도의 어리석은 실수를 상식처럼 비일비재하게 저지르며 살아간다. 참으로 삶의 길에서 진정한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 혼자만 잘 먹고 편안하게 살다가기 위해 그 수고를 하며 애를 쓰고 사는가?
그것이 내가 사는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가?
수저는 두고 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밥을 떠 먹으라고 만들어 진 물건이다.
목적에 맞게 쓰임을 받을 때 수저로서 가장 가치 있고 보람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나도 분명 이 땅에서 할 일이 있어 세상에 보냄을 받았으리라.
내가 태어난 목적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보람있게 사는 삶일 것 이다
그것을 위해 주신 재능이 있다면 묻어두지 말고 나누어 쓸 때 더 빛이 날 것이다.

블로그나 Sns 를 통해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매일 족히 300 명은 넘는다.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내 글에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이 것이 내게 주신 재능이라면 나의 유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좋은 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
내 글이 희망을 잃고 지친 삶을 사는 분들에게 조금이리도 따뜻하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며 사는 삶은 나도 행복하지만 더불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게하는 최고의 비결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기꺼이 헌신하며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고 기쁨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 것보다 가슴 따뜻하고 축복받은 일이 있겠는가?

가까운 주변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네며 사랑을 나누고 힘을 주는 하루 하루를 만들며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적금을 붓듯 매일 매일 의도적으로라도 하루 한 가지씩 사랑의 푼돈을 저축하다 보면 어느날 눈덩이 처럼 이자가 불어난 행복이란 몫돈을 찾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절로 기운이 솟고 행복하게 한다.

사랑, 오묘한 신비여!
사랑함으로 오늘도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가자.
사랑하고 있다는 작은 몸짓의 표현이 지쳐있는 누군가를 세울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아침 일찍 밥 먹으러 오라는 친구의 전화에 행복 만땅의 활기로 새벽을 가르며 달린다.
마주 보고 나도 사랑한다고 말해 주어야지.
콧소리까지 섞어 가며.
친구야!
아침 댓바람부터 허물없이 불러주는 네가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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