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위기를 기회로

조은미시인 2023. 7. 26. 09:31

  
위기를 기회로
          조 은  미

  연일 장마비가  오락가락한다. 아침 나절  한 줄기 세차게 쏟아지더니  빗소리가 잦아든다. 대문 쪽으로 웃자란 풀들이 제 세상 만난듯 활개치고 너울 거린다. 햇빛 날 때는 더워서 풀 뽑기가 엄두가 나지않는다. 마른 땅에는 풀도 누가 이기나 힘겨루기라도 하는지 뚝뚝 끊어지기만 할 뿐 뿌리를 뽑아내기가 힘들다. 장맛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경계를 푼 풀도 손만 갖다대면 쑥쑥 뽑힌다. 아직 비가 완전히 멈추진 않았지만  비를 기회 삼아 이녀석들 퇴치할 기습 작전에 돌입한다. 비를 맞지 않으려 피할 때는 우산도 쓰고 중무장을 하지만 비를  맞을 각오를 하니 비가 두렵지 않다.  옷이 다 젖으면 빨래 한 번 하는 수고로 족하다. 한 시간 반 여 줄기차게 녀석들과 씨름 하며 온 몸이 비에 젖었다. 얼굴과 손도 흙 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점점 훤하게 넓어지는 정복지를 바라보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녀석들 완전히 물귀신 작전을 쓴다. 허리가 뻐근해  이제 고만 일어서자 싶으면  바로 옆에서 나 잡아라 약올리 듯 내닫는다. 더 이상 녀석들에게 놀이나다가는 마당에서 쓰러질 것 같아  유혹을  물리치고  일어선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지레 겁을 먹고 못한다 물러나지 말고 그 속에  들어가면 헤처갈 길이 보인다. 위기가 기회가 될수 도 있다. 비 올때 밖에 나와 풀 뽑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막상  작정하고 풀을 뽑으니  비맞으며 일하는 것이  얼마나 시원한지!  풀이 잘 뽑히니 일도 수월하고 일하는 재미도 있었다. 멈춰야할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나 욕심이 화를 불러온다. 따끈한 물에 샤워를 한다. 일하고 난뒤의 적당한 성취감과  달큰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한잔의 커피에 행복을 가둔다. 커피향이 거실을 채운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확행  (0) 2023.07.29
또 다른 아름다운 하루를 기대하며  (0) 2023.07.28
'꽃신 신고 훨훨' 감상 후기  (0) 2023.07.02
감동이 머무는 언저리  (0) 2023.06.25
좋은 인연  (0)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