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신고 훨훨' 감상 후기
조 은 미
지난 29일 지인의 초대로 예악당에서 공연하는 '꽃신 신고 훨훨'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우리나라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국악과 친밀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서도, 경기, 남도 지방의 상여 소리를 한데 모아 무대 예술로 재 창조한 신선한 무대였다. 각 지방마다 상여 소리도 특색이 있었다. 상여 소리는 이 세상을 하직하며 상여가 나갈 때 상여꾼들이 망자를 위로하고 서로 흥을 돋구어 상여를 메는 힘든 작업을 격려하기 위해 불려졌던 노래이다. 민간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구성진 상여 소리를 한데 모아 지방의 특색을 비교해보고 소리 속에 녹아있는 각 지방마다 다른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무거운 주제를 제목에서 느껴지듯 죽음을 오히려 생명으로 승화시켜 죽음이라는 슬픔을 한 차원 높은 격조 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수작이었다. 특히 남도 상여 소리는 처연한 상여꾼들의 소리가 슬픔 만은 아닌 또 다른 생명의 세계를 향해 세상의 미련을 버리고 영혼이 즐겁게 떠나 가는 흥겨움마저 느껴졌다. 우리 나이가 날마다 죽음과 더 가까워 지는 나이이기에 좀 더 진지하게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죽는 것은 모든 욕심에서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종교적으로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며 평안을 누리는 일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영원 안으로 회귀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은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준비된 마음으로 기쁘게 맞이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한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 슬픔만은 아닌 좀 더 차원 높은 희망을 바라보며 잠잠히 죽음을 받아드려야 하리라.죽음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슬프고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해학과 함께 신명나게 풀어낸 창의적인 구상에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우리 음악에 대해 무심했음을 반성해본다. 내 안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본태적인 감성을 건드려 원초적인 깊은 곳을 터치하는 힐링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장마의 꿉꿉함을 녹이는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며 마음 담아 초대해주셨던 류 회장님께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꽃신 신고 훨훨' 감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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