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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시인 2025. 2. 6. 10:17


조은 미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강추위 주의보에도 불사하고  파크장에 살았더니 오늘은 어째  몸에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지고 컨디션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물불 안가리고 사랑하는 열정이 지나치니 몸이 감당을 못하고 먼저 꼬리를 내린다.  서둘러 집을 향한다.  
  현관 앞에서 문을 여니  따뜻한 온기가  반긴다. 비타민 C 한줌 털어넣고 쌍화탕 한 병에 뜨거운 유자차 한 잔으로 몸을 데운다. 전기 담요 스위치를 최고로 올리고 이불 뒤집어 쓰고  납작 모드에 들고서야 온몸으로 열기가 퍼지며 편안함이 느껴진다. 나른한 행복감이 파고든다.
내 집 같이 편안한 곳이  또 있을까? 운동장에서 놀다 돌아올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문은  외부와 경계를 이루며 안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문을 잘 못 열었을 때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일본에 여행 갔을 때다. 호텔에  공용 대중탕이 완비되어 있었다. 저녁에 목욕탕에 갔더니 얼마나 좋던지. 공짜니 한 번 더 다녀 가리라  마음 먹고 새벽  일찍 어제 열고 들어 갔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옷을 벗으려는 찰나 어떤 남자분이  유유히 들어오다 기겁을 하고 자꾸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킨다. 혼비백산 하여 뛰어나와 휘장을 보니 남 탕, 여 탕이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일본은 매일 탕을 바꾸며 기를 순환하는 문화가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 앉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었을까?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많은 문들을 통과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내가 열었던 미지의 문들은 다 평탄하고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에  감사한다.
젊은 시절 중요한 관문인 서울교대의 문을 두드렸던 것도, 가난하지만 날 사랑하고 성실했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던 것도 지나고 보니 보이지 않는 손길의 보호와 인도하심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내가 열었던 인생의 문 중에 가장 대박은 예수님을 만난 문이었다.  그 문은  내가 애써 찾았던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내 앞에  가까이 있어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왔다. 그냥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오기만 했을 뿐인데 내 인생 최선의  선택이었고 최고의 선물 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안에서 누리는 평안과 넘치는 기쁨에 감사한다.

  이제  즐거웠던 소풍 길에서 본향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소풍 길이 끝나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건 얼마나 축복인가?  
"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편 말씀을 읊조려 본다.

   그분은 내 삶의 근본이고  힘 이셨다. 쓰러지고 넘어지지 않도록 언제나 나를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고 평탄한 삶을 살게 하셨다. 내가 슬플 때 위로자가 되시고  낙망할 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셨다. 이제 소풍 길이 끝나면 그 분을 붙잡고 영원한  안식처인 그 낙원에 이를 것을 믿는다. 그 믿음은 나를 죽음에서 자유롭게 한다. 아무 때고 부르시면 아멘 하고 가리라.

  비록 혼자  아파도 두렵지 않고 외롭지 않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간구한다.
  온 몸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오슬거리며 여기저기 무겁던 몸이 서서히  제 페이스로 돌아옴을 느낀다. 나를 만드신 분, 나를 가장 잘 아시는 분, 그 분이 계시기에 나는 늘 든든하게 살아간다.

  아직  그문 앞에서 서성이며 망설이는 분들은  용감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시길 권한다. 인생 길의 가장 소중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문을 열고 한 발 내디디는 순간 최고의  선물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분과의   아름다운 동행에 감사하며 오늘 아침도 거뜬해진 몸으로 이글을 쓰고 있다.